판 마르바이크 영입 무산… 축구협회 무능행정 도마위

입력 2014-08-18 03:23
대한축구협회가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네덜란드) 감독과의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계약 협상에 실패했다. 손흥민(22·레버쿠젠)과 박은선(28·로시얀카)의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된 데 이어 차기 대표팀 감독 영입마저 삐걱거리자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력이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협상 걸림돌은 세금·국내 체류 기간?=축구협회는 17일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계약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직접 네덜란드로 건너가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만나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팬들은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한국축구를 이끌 것으로 믿었고, 그가 한국축구를 업그레이드할 적임자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협상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그를 영입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 위원장은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협상이 결렬된 이유를 브리핑할 예정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협상이 불발된 이유는 세금과 한국 내 체류 기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연봉 20억원에서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연봉에 붙는 세금에 대해 세무사, 회계사 등과 논의를 한 결과 결국 한국행을 포기했다는 관측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며 180만 유로(25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협상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된 것은 국내 체류 기간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유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유럽에 한국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으니 내가 늘 한국에 머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머물며 한국축구를 위해 헌신해 줄 것으로 바라는 팬들의 정서와 맞지 않다.

◇‘메추 파동’ 전철 밟아선 안 된다=축구협회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협상 결렬로 차순위 대상자와의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여러 요건에 따라 하나씩 추려 보니까 자연스럽게 3명의 외국인 감독이 상위에 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은 후보들이 누구인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술위원회가 내건 차기 감독 요건을 따져 보면 브라질월드컵에서 그리스를 16강으로 이끈 페르난두 산투스(60·포르투갈),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가나에 8강을 안긴 밀로반 라예바치(60·세르비아), 2002 한일월드컵에서 스페인을 8강에 올려놓은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59·스페인)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축구인들은 축구협회가 시간에 쫓겨 ‘메추 파동’의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04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이후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유력한 후보였던 브뤼노 메추 감독과의 협상이 어긋나자 대상자 명단에도 없던 것으로 알려진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서둘러 뽑는 실수를 범했다.

한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9월 5일 베네수엘라, 8일 우루과이와의 A매치는 감독 대행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