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며 왠지 설레게도 하는 말, 새벽. 그러나 도시의 새벽은 신선하지 않고 설렘도 없다. 하수도 악취가 자욱하고 길이 온통 쓰레기다. 지난밤 취객들이 보탠 토사물과 휴지 종이컵 빈 캔들 탓에 더하다. 환경미화원의 힘만으로 깨끗해질 길이 아니다. 쓰레기 만고강산이라고나 할까. 거리만 그러랴. 대화가 욕설인 젊은이는 어찌나 많은지. 이쪽으로 오실 게요 식의 틀린 어법을 방송마저 당당히 쓰지 않나. 이 양산은 9만 원이세요, 물건에의 존칭이 여전히 득세하고, 유명연예인 중엔 오빠와 결혼하여 아이 낳고 부부로 사는 풍속도 생겼다. 제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니 사촌과도 결혼한다는 나라들이 와서 울고 갈 판이다. ‘됐거든. 아니거든.’ 불쾌한 어투가 제법 오래 유행이기도 하다. 가히 언어의 쓰레기 강산이다. 실상이 이러하니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김수영 시인의 시구가 시인의 전용어만이 아니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이 월요일로 끝이다. 사랑과 연민 아닌 걸음이 없던 검소한 교황의 행보 전부 오로지 감동과 감명이던 4박5일이다. 예수의 행적 그대로인 교황의 사람에 대한 깊고 큰 포옹, 부드럽고 절절한 눈빛 앞에서 쓰레기 만고강산 어쩌고 하는 나의 분노는 얼마나 하찮고 쩨쩨한지 한없이 작고 초라할 뿐이다.
종교를 떠나 교황의 길지 않은 4박5일 행적에 정말 따뜻했다는 고백이 넘친다. 무더위였건만 우리 내심은 그렇게 추웠던 게다. 더구나 힘없는 우리로서는 위로할 마땅한 방도가 없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 앞에 교황은 몇 번이나 멈추었다. 우리나라 행정책임자도 아니건만 그분이 귀를 기울인 일만으로도 많은 이들은 그저 안심하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한 손을 교황이 두 손으로 포개 잡은 시각. 교황이 잡은 손의 주인은 부당하게 고통 받는 이 땅의 아프고 슬픈 모든 이였으리라. 그들이 조금이라도 위무 받았으리라는 짐작에 서럽고 뜨거운 그네들 눈물이 전이돼 와 우리네도 마음과 눈물 둑이 무너지고 미어져 눈물이 번졌다.
사랑이란 진실한 마음과 그 마음을 알아주는 진정성임을, 소박하면 한 채로 주기만 하는 마음임을 새삼 깨달으며 4박5일은 치유 받는 기쁨으로 충만했다.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인가. 도시의 더러움을 씻어내려는 듯, 고령의 아름다운 교황과 그분의 건강을 축원하는 듯 단비가 촉촉이 내린다. 이 새벽에.
우선덕(소설가)
[살며 사랑하며-우선덕] 남 몰래 흘리는 눈물
입력 2014-08-18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