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통일 준비는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

입력 2014-08-16 15:55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3부 요인들과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유철 광복회장, 박 대통령,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8·15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내적으론 경제 활성화와 국가 혁신, 대외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 및 동북아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남북문제에 대해선 “통일 준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고도 했다. 대내외적으로 큰 틀의 메시지가 부각됐던 지난해 경축사와 달리 올해는 여러 구체적 제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야권은 정국 교착,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경제 활성화 집중 부각=박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경제 활성화, 사회적 적폐 해소를 통한 국가 대혁신을 유독 강조했다. 특히 경제 재도약, 혁신과 변화, 적폐 척결 등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의제들이다. 그만큼 취약해진 실물경제와 사회 전반의 부조리 해결에 대한 절박함이 많이 반영된 것이다.

경제 문제를 거론할 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 내수 진작, 규제 개혁, 투자 활성화, 미래 성장동력 등 박 대통령이 각종 회의 때마다 강조했던 ‘단골 메뉴’들이 총망라됐다. 국내현안 분야에서 ‘경제’와 ‘혁신’ 단어가 모두 34차례 사용될 정도였다. 박 대통령은 또 정치권을 겨냥해 “국민을 위한 국가 혁신에 동참해 달라”며 민생정치를 주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국민안전 획기적 개선, 군 폭력행위 근절 등 세월호 사고와 육군 총기난사·폭행사망 사건에서 파생한 문제 해결 의지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어느 나라나 과거 잘못을 묻어두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간 곳은 없다. 그것은 깨진 항아리를 손으로 막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에 오랜 기간 쌓여왔던 비정상적인 관행, 적폐 근절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남북문제 큰 틀 접근 대신 각론 선택=이번 경축사의 남북 관계 분야에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구상’ 등의 용어는 직접 거론되진 않았다. 이들 구상에 반발하는 북측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소통’ ‘통로’ ‘교류’ ‘협력’ ‘대화’ 관련 단어가 15차례나 언급됐다. 큰 틀에서 언급됐던 남북문제가 이번엔 각론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이른바 ‘작은 통일론’이다. 큰 틀의 접근법 대신 ‘작은 통로’ 등을 천명하며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대북 메시지에 이산가족 상봉 등 드레스덴 구상의 3대 핵심 요소(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주민 동질성 회복)를 모두 담았다.

박 대통령은 여야 정당대표들과의 환담에선 통일 준비의 필요성을 입춘(立春)에 비유했다. 박 대통령은 “날이 더운데 입추(立秋)가 됐다. 입춘도 날이 추울 때 온다”며 “봄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미리 준비하는 자만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당겨서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 막판까지 북한과 일본의 태도변화를 주시하며 경축사를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위안부’ 단어를 직접 언급한 것도 지난해와 달라진 부분이다.

한·중·일 ‘원자력안전협의체’ 구성 제안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단초로 볼 수 있다. 원자력안전협의체는 현행 3국 간 ‘원자력안전고위규제자회의(TRM)’의 미래발전 구상이다. 비정치·안보 분야 협력부터 시작해 민감한 분야까지 평화협력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의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