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슈 스롬 번도 코로!”(아동 노동 금지) “시슈 오디칼 디테 호베!”(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라)
지난 1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밀풀’에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이곳에서는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밀풀 학교 아동 300여명이 동네를 돌며 아동 노동 금지 캠페인을 벌였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였지만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아이들은 손에 든 ‘아동 노동 금지’ 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틈엔 모슈미(12·여)도 끼어 있었다. 모슈미는 다섯 살 때부터 매일 퀴퀴한 냄새가 나는 담배공장으로 출근했다. 플라스틱 담배통을 비닐 포장지에 넣는 게 모슈미의 일이었다. 그곳에서 만드는 ‘굴(gul)’이라는 가루담배는 일종의 마약이다. 좁고 불결한 공장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은 어린 모슈미에게 만성 두통과 가슴통증이라는 고질병을 남겼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을 맞아 모슈미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었다(2013년 6월 12일자 29면 보도). 1년이 지난 지금, 모슈미는 절망뿐인 삶에서 벗어나 희망을 개척하고 있다. 학교도 다니고 아동 노동 반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두통과 가슴통증은 공장을 그만둔 뒤 깨끗하게 나았다. 모슈미는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공부하는 게 꿈만 같다”며 웃었다. 모슈미와 함께 담배공장에 다녔던 그의 어머니도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여성 조합에 가입해 장사를 시작했다. ‘팔라비’라는 이름의 조합은 조합원들로부터 갹출한 소액의 투자금으로 돈을 모아 조합원을 지원한다.
굿네이버스는 아동권리에 대한 아이들 스스로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2012년 방글라데시 곳곳의 굿네이버스 사업장에 어린이 의회를 세웠다.
어린이 의회 임원들은 매달 정기 회의를 열어 주변 또래 친구들에게 아동 노동의 심각성을 전하는 아동 노동 반대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캠페인도 어린이 의회가 주축이 됐다.
모슈미와 함께 앞장서서 ‘아동 노동 반대’를 외친 어린이 의회 의장 샤미아(15·여)는 “우리의 목소리는 작지만 의미는 크다. 이는 곧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슈스롬 번토 코리, 슌돌 지본 고리!”(아동 노동 금지, 아름다운 삶으로의 성장!) 굿네이버스는 모슈미, 샤미아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전역 1만7000여명의 결연 아동들을 후원하고 있다(후원 문의 1599-0300, www.goodneighbors.kr).
다카=황인호 기자
‘아동노동 금지’ 거리행진 한 아이들… “담배공장에서 일하기엔 우리가 너무 어리잖아요”
입력 2014-08-18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