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환경·민생·문화 등 쉬운 것부터 협력

입력 2014-08-16 03:09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은 대북 제안은 남북이 의지만 가지면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협력사업들이다. 특히 내년 광복 70주년이 되는 만큼 환경·민생·문화협력 등 ‘쉬운 것’부터 손발을 맞춰 통일준비를 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당장 10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한 게 눈에 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멸종해가는 동식물 보호를 위해 1992년 지구환경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3대 환경보호 협약으로 불린다. 하천·산림 공동관리 협력사업의 경우 남북을 가로지르는 임진강·북한강 공동관리, 백두대간 생태계 연결·복원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으면서도 협력 유인이 큰 환경 분야에서 남북 협력을 우선 추진해가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제안들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13일 국가안보전략 발표를 통해 공개한 ‘그린 데탕트’ 사업의 연장선상이란 분석이다.

광복 70주년 공동기념 문화사업도 손쉽게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통일부는 지난 2월 청와대 업무보고 때 연내 북한과 공동으로 고구려 및 고려의 왕릉을 비롯한 역사유적 발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도 호응해와 6월 말부터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사업’이 진행 중이다. 남북한 언어를 하나로 종합 종리하기 위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도 근래 들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민생 분야에서는 북한 마을 주택개량, 상하수도, 도로 등 기반복구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드레스엔 구상에 포함된 복합농촌단지 조성사업과 연계해 진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선 지난 11일 정부가 제안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대북 제안은 비정치 분야 남북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이미 양측이 합의했으나 이행이 안 되고 있는 것들이다. 역으로 말하면 북한이 호응할 만한 제안은 없는 셈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 대북제재 조치 완화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어 북한이 박 대통령의 제안에 답할지 불투명해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비정상적’ ‘북한은 핵을 버리고’ 등 북핵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표출했다”며 “환경·생태 문제보다 먹고사는 게 더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실망했을 법하고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