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임박 상품·B급 제품들 인기몰이

입력 2014-08-18 03:57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30∼70% 할인판매하고 있는 롯데마트의 ‘파격가 처분 매장’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는 소비자들. 롯데마트 제공
오픈마켓 티몬의 ‘굿바이세일’ 코너 배너(왼쪽). ‘떠리몰’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세균 검사 과정.
9만9000원짜리 ‘울트라 메가 프로폴리스’ 1만원(90% 할인), 33만원짜리 정관장 홍삼진마 5만5000원(83% 할인), 3만5000원짜리 애경 그래놀라 요거밀 1만원(57% 할인)….

온라인 쇼핑몰 ‘임박몰’에서 17일 현재 팔고 있는 상품 가격이다. 이곳에선 최저 20%에서 최고 90%까지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임박몰 김태진 대표는 “100% 정품이지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싸게 팔고 있는 상품들”이라고 소개했다.

2011년 임박몰을 오픈한 김 대표는 “불황이 길어지면서 큰 폭으로 할인판매하는 유통기한 임박 식품을 찾는 알뜰 주부들이 많아져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매달 넷째주 특별코너로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판매하던 오픈마켓 티몬도 올해 초부터 상시 기획관으로 운영할 만큼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티몬의 ‘굿바이세일’ 코너에선 유통기한이 2주에서 6개월까지 남아있는 상품을 시중가 대비 최대 90%까지 할인판매한다.

2012년부터 유통기한이 임박한 가공식품과 행사 잔여 물량 등을 30∼70% 할인 판매하는 ‘파격가 처분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도 취급 물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 취급 면적도 기존 점별 평균 70% 가까이 확대했다. 롯데마트 서정욱 고객만족팀장은 “관련 매장의 2013년 매출이 전년 대비 1.5배 이상 늘어났고, 올해도 계속 증가추세”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먹으면 탈이 나는 것은 아닐까? 임박몰 김 대표는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기한과 소비해도 되는 소비기한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보관상태가 좋다면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최소 20% 이상 길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의 2009년 발표에 따르면 보관상태만 좋으면 우유는 유통기한이 50일 지나도 대장균 세균 등이 검출되지 않아 먹어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커피는 30일, 치즈는 70일 지난 뒤에도 멀쩡했다. 유통기한만 표시하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폐기하게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는 2012년 7월부터 2013년 2월말까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같이 표기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 판매업체들은 미심쩍어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대장균과 세균 검사를 실시해 문제가 없음을 공개하고 있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과 함께 제품에 상처가 생겨 판매하지 못한 소위 ‘B급’ 상품을 취급하는 떠리몰 윤상천 팀장은 “소비자가 외면해 버려지는 유통기한 임박 식품이 연간 7000억여원에 달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 전문 취급 몰이 늘어나면 소비자는 싸게 살 수 있고, 기업은 재고를 해결할 수 있어 좋을 뿐만 아니라 제품 폐기로 인한 자연 훼손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통기한 임박 식품 구입을 ‘착한 소비’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흠집이 있거나 못생긴 식품, 사용에는 문제가 없는 ‘B급’ 전자제품과 생활용품을 싸게 파는 곳도 있다. 11번가에선 유통 과정에서 흠집이 난 과일과 채소를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별도 상품군으로 묶어 정상가격의 절반 정도의 값에 팔고 있다. ‘전시몰’이나 ‘리퍼브샵’에선 전시품이나 반송제품, 배송 중 상처 입은 전자 제품 등을 정상가 대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한다. 전시몰은 최근 롯데백화점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에 입점할 만큼 값은 싸지만 제 기능을 하는 ‘B급’ 전자제품의 인기도 높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