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차대전 패전일인 15일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공물 사용료를 사비로 납부했다. 또한 아베 총리는 도쿄에서 열린 정부의 공식 추도식에서 주변국에 대한 ‘가해 사실 인정’과 ‘반성’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지난해 추도식부터 역대 총리가 반복해왔던 연설 내용의 일부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3년 호소가와 모리히로 총리가 ‘애도’를 표명했고,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깊은 반성’을 추가해 계승돼 온 ‘아시아에 대한 가해 책임’ 표현을 이번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부전(不戰)의 맹세’라는 표현도 쓰지 않아 2년 연속 전쟁에 대한 반성 메시지를 생략했다.
반면 참전자에 대한 애도와 보훈 의지는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전몰자의 귀한 희생 위에 번영이 있었고 그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일을 상기하며 “아직도 고향으로 귀환하지 못한 유골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해 태평양전쟁 전사자 유해 반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내각 각료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올해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했다. 후루야 게이지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 담당상,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 등은 2012년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봄·가을과 패전일에 열리는 제사에 매번 참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 등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의원 모임’ 소속 중·참의원 의원 80여명도 참배에 가담했다. 지난해에는 패전일에 102명, 봄 제사에 147명이 각각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직접 참배하지는 않았지만 대리인인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玉串·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사용 요금을 납부했다. 다마구시는 신에게 봉납하는 폐백 중 하나로 ‘참배의 증거’로 간주되기도 한다.
우리 정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아베 총리가 침략전쟁 미화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요금을 봉납하고, 현직 각료 및 국회의원들이 참배를 강행한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역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의 잘못된 태도를 재차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반성없는 아베
입력 2014-08-16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