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입법 로비에 연루된 야당 의원 3명의 소환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구속영장 청구 시기와 대상자를 최종 결정하는 수순만 남겨두게 됐다. 단일 로비 사건에서 현역 의원 3명이 동시에 피의자 신세가 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검찰로서도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서 어그러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62) 의원을 소환한 것과 동시에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 있는 KB은행 여의도지점에 있는 신 의원의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했다. 금고에서는 수천만원의 현금 다발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 뭉칫돈과 SAC 입법 로비 사이에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범죄 혐의 액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사건 관계자들의 금융거래 내역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 금품수수와 관련된 CCTV 영상 등 다수의 물증을 확보했다. 검찰이 이보다 더 무게를 두는 것은 뇌물 공여자인 김민성(55) SAC 이사장의 진술이다. 당사자들만이 소상히 알 수 있는 로비 사건의 특성상 “돈을 줬다”는 김 이사장의 진술이 뒷받침돼야 나머지 증거들도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의원들 소환 조사 때 김 이사장을 대기시켰다가 대질신문도 진행했다. 현재 의원 3명은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신계륜(60) 의원과 김재윤(49) 의원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검찰이 물증으로 제시한) CCTV를 봤는데 별 내용이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2010년 한명숙 의원의 9억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때도 공여자인 한만호씨가 재판 과정에서 “돈을 준 적 없다”고 말을 바꾸면서 공소유지에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다. 결국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유죄가 선고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SAC 로비 수사 주임검사인 임관혁 특수2부장은 한 의원 사건의 수사·공판 검사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과거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김 이사장이 ‘변심’하거나 혹은 진술이 흔들릴 것에 각별히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는 김 이사장이 검찰의 직간접적 ‘보호’ 아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지난 6월 SAC 압수수색 이후 두 달간 수사를 통해 김 이사장의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특정하고도 그에 대한 형사처벌을 늦추고 있는 배경 역시 ‘진술 유지’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의원들 혐의 입증에 김 이사장 진술이 핵심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한명숙 사건’ 재연될까 김민성 ‘입단속’에 부심
입력 2014-08-16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