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통일” 7년새 半으로… “불가능”은 2배로

입력 2014-08-16 02:33

통일보다 분단을 지지하고, 북한보다 미국에 호감을 갖는 국민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오랫동안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통일과 북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내영 교수는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한국인의 통일의식 결정요인 조사’ 결과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이 축구 경기를 벌일 때 어디를 응원하겠느냐’는 질문에 ‘북한’이라고 답한 사람은 2007년 81%에서 지난해 56.7%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팀 응원 질문은 정서적 유대감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응답 결과는 북한보다 미국에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을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보는 비율도 2007년 21.8%에서 16.4%로 감소했다. 반면 ‘적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007년 6.6%에서 지난해 16.4%로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핵 개발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국민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15일 “북한을 위험한 대상으로 여기게 되면서 북한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도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층으로 갈수록 통일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 ‘남북한 통일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 답변을 꼽은 20대는 전체 평균 55%를 밑도는 40.4%에 불과했다.

통일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통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007년 13.3%에서 25.8%로 배 가까이 뛰었다. 통일이 ‘10년 이내 가능하다’는 응답은 2007년 23.5%에서 13.3%로 줄었다.

대다수 국민은 ‘통일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조사에서 ‘통일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는 응답은 21.8%로 200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일이 남한 사회에 이득이 된다’는 비율은 2007년 이후 50%대를 가까스로 유지하다 지난해 48.6%로 떨어졌다.

이 교수는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생각은 연령·성별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유대감’과 ‘통일로 인한 기대이익’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이런 요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통일여론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