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휴대전화를 팔아넘겼다가 퇴학처분을 받은 고등학생이 법원 판결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게 됐다. 법원은 '학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군(16)은 지난 4월 다른 학생이 교실에 두고 간 휴대전화 1대를 친구로부터 넘겨받았다. 시가 108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이었다. A군은 친구에게 “내가 대신 민주생활부(학생부)에 휴대전화를 갖다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A군은 다른 친구 B군과 함께 C군에게 휴대전화를 팔아넘겼다. A군과 B군은 C군으로부터 6만원을 받아 나눠가졌다. C군은 이 휴대전화를 비롯해 총 8대의 휴대전화를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학교 측은 세 학생 모두를 퇴학 처분했다. 나머지 두 학생은 처분을 받아들였지만 A군은 소송을 제기했다.
A군 측은 ‘학교의 퇴학처분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A군은 그동안 학교에서 성실하게 생활했다. 징계를 받거나 결석한 적이 없으며, 성적이 상위 30% 안에 들 정도로 학업에도 열심이었다. A군의 담임교사는 재판부에 “사건 이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수업태도도 더 진지하고 성실하게 변화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A군을 대리한 임춘화 변호사는 “잘못은 했지만 학교는 계속 다니고 싶다는 A군의 의지가 강했다”고 15일 전했다.
반면 학교 측은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라도 A군을 퇴학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학교 관계자들은 법정에서 “체벌이 금지되는 등 바뀐 교육현장의 실태를 감안하면 웬만한 징계처분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A군에 대한 퇴학처분이 취소되면 향후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힘들어진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학교 교감과 민주생활부 교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이런 점들을 강조했다.
법원은 A군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A군 측이 제기한 퇴학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13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상당부분을 할애해 학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나쁜 길로 접어들려고 하는 학생들을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오게 하는 것도 학교의 몫”이라며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보이는 A군에 대한 퇴학처분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학교가 학생들을 포기하고 방치할 경우 범죄 등으로 이어져 결국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A군이 퇴학처분을 받을 경우 평생 동안 불명예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녀야 한다”고 우려하며 “다른 징계를 통해 개선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나쁜 길 놓인 학생 선도 포기 않는 게 학교 역할”
입력 2014-08-16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