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입양했다고 하면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라고 칭찬합니다. 그런데 제 아이에게는 싸늘한 눈빛을 보냅니다. 마치 근본 없는 아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공개입양은 참 어렵습니다."
어렵사리 입을 뗀 성민(가명·7)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성민이가 까치발을 들고 그의 기색을 살폈다. 아기 때 친부모에게서 버림 받은 성민이는 공개입양을 통해 새 가족을 찾았다.
공개입양은 숭고한 일이지만 부모들은 기쁨만큼 감당해야 할 아픔도 많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금천구 혜윰 인지심리연구소에서는 홀트아동복지회 주최로 공개입양 가정 심리상담이 진행됐다. 공개입양 후 사회의 편견과 맞서 싸우고 있는 네 가족이 모였다.
부모들은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너무 천사처럼 생각하는 게 제일 큰 고민"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이 입양 부모에게 지나치게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입양된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정할 것'이라는 편견도 부모들을 괴롭히는 것들 중 하나였다.
희준(가명·7) 엄마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희준이의 담임선생님에게 입양 사실을 털어놨다가 도리어 마음의 상처만 입었다. 그는 "입양했다고 하니 선생님이 갑자기 내 손을 꼭 잡으며 '엄청 감동받았다'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면서 "우리도 똑같은 사람인데 과분한 반응들이 때로는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선생님이 '그래서 말인데 사실 희준이가 지적 발달이 좀 늦다'고 했다. 약간 소심할 뿐인데 입양아라는 이유로 졸지에 발달 늦은 아이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털어놓는 것도 난제다. 공개입양 전 각오를 단단히 했더라도 막상 '때'가 닥치면 쉽지 않다. 성민 엄마는 지난해 성민이에게 입양 사실을 밝혔다. 아이 기분이 가장 좋을 때를 골랐는데, 날을 잘못 잡았다. 성민이가 동화 '신데렐라'를 막 읽은 참이었다. 성민 엄마는 "아이가 나를 신데렐라 속 새엄마라고 생각했다"면서 "조금만 혼을 내도 '내가 집을 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가슴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8개월간 크고 작은 갈등을 겪던 성민이는 이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이는 입양 사실을 잘 받아들였지만, 주변에서 의도치 않게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수경(가명·7·여) 엄마는 최근 유치원에 다녀온 수경이의 말에 기겁했다. 수경 엄마는 "딸 친구가 '나는 입양되면 바로 원래 엄마 찾으러 갈 건데 너는 왜 안 가냐'고 물었다더라"면서 "내 아이만 잘 추스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한탄했다.
배은경 혜윰 연구소장은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처음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태도"라며 "입양은 나쁘고 불행한 게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부모 얼굴이 슬퍼지면 아이들이 혼란에 빠진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입양아 중 해외가 아닌 국내로 입양되는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외·국내 입양 비율은 2006년 각각 58.8%, 41.2%였지만 지난해에는 25.5%, 74.4%로 역전됐다. 공개입양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설은희 홀트아동복지회 입양가정지원센터장은 "옛날에는 '입양을 하면 이사를 간다'고 했지만 지금은 입양 사실을 공개하는 가족이 전체 입양 가정의 70∼80%에 달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우린 천사가 아니랍니다”
입력 2014-08-16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