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풍자한 동영상이 인기라고 한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김정은은 야구장과 길거리 등 곳곳을 누비며 현란한 춤 솜씨를 뽐낸다. 물론 합성이다. 동영상에는 김일성·정일 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도 등장한다. 오바마는 ‘천방지축’ 김정은을 혼내주거나 때려주는 가장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온다.
북한은 이 동영상의 삭제를 중국 당국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히 ‘최고 존엄’을 농락했으니 북한이 발끈한 건 당연하다 하겠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에서 만들어 것으로 보이는 이 동영상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점이다. 중국 지도자를 풍자할 수 없는 현실을 다른 나라 지도자의 희화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것 같다. 러시아에선 푸틴을 여자로 풍자한 화가가 구속됐었다.
풍자의 대상은 권력자와 가진 자다. 그래서 때론 풍자에 따른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이명박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쥐 그림을 그려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기소된 대학 강사는 대법원에서 2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반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를 백설공주로 풍자한 포스터를 거리에 부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팝아티스트 이하씨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홍성담 화백이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출품한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 철회를 둘러싸고 문화계가 시끄럽다. 광주시가 박 대통령을 박정희 대통령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풍자한 것을 문제 삼아 그런 결정을 내린 탓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나를 코미디의 대상으로 삼아도 좋다”고 했었다. 직선제 대통령으로서 자신과 닮은 탤런트의 TV 출연조차 못 하게 한 직전 대통령과 차별성을 나타내려는 것이었지만 이후 대통령은 신문 만평의 단골 풍자 대상이 됐다.
풍자는 살아 있는 권력을 대상으로 해야 제 맛이다. 홍 화백이 작품수정 요청을 받고 허수아비를 닭으로 바꿔 그리는 순간 풍자의 맛은 사라졌다. 대통령이 성역이 아닌 이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대통령 풍자
입력 2014-08-16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