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족·일반인 중 절반 ‘말기 암’ 의학적 정의 모른다

입력 2014-08-18 03:59

‘말기 암’이란 용어가 명확한 정의도 없이 일반인 사이에 사용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통합암케어센터 윤영호(사진) 교수와 이준구 전문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등 국내 17개 병원에서 치료 중인 암 환자 1242명과 가족 1289명, 암 전문의 303명, 일반인 1006명 등 총 3840명을 대상으로 ‘말기 암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의학적으로 말기 암은 환자가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수술·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 등 완치나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보다는 삶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국내 암 환자와 가족들은 이런 의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말기 암을 해석하고 있지 않았으며, 심지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을 치료나 생명연장이 가능한 재발·전이암, 국소 암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조사결과, 의학적 판단과 같이 말기 암에 대해 시한부 선고(6개월 이내에 사망)로 본다는 응답자는 45.6%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 다음으로는 난치 암(항암 치료에도 암이 진행, 21.2%), 재발·전이암(19.4%), 임종기(수일·수 주 내 사망, 11.4%), 국소 암(초기는 지났으나 완치 가능, 2.5%)이란 뜻으로 본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는 말기 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확립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말기 암에 대한 해석 차이는 말기 통보나 연명의료 결정 시 자칫 잘못된 선택과 심각한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의료진은 환자 측의 오해나 잘못된 결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기 암 환자와 가족에게 좀더 세심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의료커뮤니케이션 분야 국제 학술지 ‘메디컬 디시전 메이킹(MDM)’ 8월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