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대웅제약] 필독서 멀리하면 승진 면접 불리

입력 2014-08-18 03:27
대웅제약 법무팀과 컴플라이언스팀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별관 6층 ‘이룸’이라고 불리는 공부방에 모여 독서토론 모임을 갖고 있다. 서영희 기자

지난달 22일 오전 7시30분. 대웅제약 이세찬 법무팀장(이사)과 팀원들이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별관 6층 '이룸'이라고 불리는 공부방에 모였다. 이날은 법무팀과 컴플라이언스팀 직원들이 1달에 한 번씩 모여 독서토론을 하는 날이다. 모인 이들은 열 명이 채 안 되는데, 다들 책 한 권을 들고 왔다. 가운데 앉은 이 팀장이 말문을 열었다. "여기 나오는 담쟁이 얘기가 참 좋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 선생의 시 '담쟁이'를 여러 번 읽었어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담쟁이처럼 타고 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러 얘기가 이어졌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유용했다 등등. 화제 하나가 끝났을 때쯤 유숙종 법무팀 차장이 팀장 들으라는 듯 불쑥 말했다.

“일을 하다 보면 제가 혼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늘 부담이에요. 그런데 이 책을 보면 팀장이 책임을 다 지겠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죠? 팀장님?”

그 얘기에 참석자들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1시간쯤 지나고 독서토론은 끝났다. 이 팀장은 “팀마다 상황에 맞게 독서토론 모임을 진행하는데, 우리 팀은 월 1회 아침 시간에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부장들로 도서선정위원회 구성

국내 제약업계 ‘톱5’에 드는 대웅제약은 독서문화가 두드러진 기업이다. 대다수 직원들이 독서토론에 참가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 도서구입비를 지원한다. 또 사옥 1층 로비에 미니 도서관을 설치했고, 사내 곳곳에 공부방을 마련해 놓았다.

사내에 도서선정위원회를 따로 두고 각 부문 본부장으로 위원을 구성한 것은 이 회사가 독서경영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서선정위는 매월 한 차례 회의를 열어 월별 추천도서와 직급별 필독도서를 선정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인사팀에 도서지원제도 담당 직원을 따로 두었으며 인트라넷에 독서토론방을 개설해 놓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승진 면접을 할 때도 직급별 필독서를 놓고 독서토론을 시키기도 한다. 직급별 필독서는 다음과 같다. 부장·차장: 리더십 파이프라인(램 차란 외), 오픈 콜라보레이션(이준기), 과장·대리: 실행에 집중하라(래리 보시디 외), 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 드러커), 주임·사원: 목표 그 성취의 기술(브라이언 트레이시), 끊임없는 도전과 용기(잭 웰치), 5급 이하: 깨진 유리창의 법칙(마이클 레빈),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관리 습관(퀸튼 신들러).

대부분이 경영 관리 자기계발에 관련된 책들이다. 도서지원제도의 목표가 업무능력 개선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독서토론 후 책의 내용을 어떻게 업무에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해 업무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홍보팀 주연정 대리는 “팀원들이랑 같이 읽으니까 다같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팀에 적용할 수 있다”면서 “우리 팀의 경우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고 다같이 30분 단위로 업무일지 쓰기를 도입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자도서관, 독서토론, 책 선물 유행

전자도서관 역시 대웅제약이 자랑하는 제도다. 직원들의 독서 기회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대출 서비스도 시작했다. 직원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이용해 회사가 구매한 전자책들을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법무팀 홍혜선 차장은 전자도서관을 잘 활용하는 사람 중 하나다. 홍 차장은 “퇴근 후 집에서 또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전자책을 읽는다”면서 “처음에는 읽기에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꽤 읽을 만하다. 특히 이동하면서 읽기에 좋다”고 말했다.

독서를 중시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 책을 선물하는 유행도 생겼다. 이 팀장은 “얼마 전 감사실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회사 개념어 사전’이란 책을 선물로 받았다”고 자랑했다. 옆에 있던 홍 차장은 “그 책은 직원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책이라서 서로 선물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주 대리는 “홍보팀은 지난 연말 송년회에서 직원들끼리 선물 주고받기 이벤트를 했는데, 책 선물이 가장 많았다”면서 “나는 김애란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윤재승 부회장 역시 임직원들에게 책 선물을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권의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것은 생각의 주파수를 맞춰가는 과정이다. 대웅제약은 팀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공감과 소통을 위해서 책이라는 도구를 선택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쩌면 한 권의 책을 같이 읽는 것이야말로 가장 쉽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주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