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하차도 밑 동굴이라니… 경위부터 따져라

입력 2014-08-16 02:40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바로 아래에서 길이 80m에 이르는 대형 동공(洞空·텅 비어 있는 굴)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사실은 서울시가 지난 5일 나타난 싱크홀(지반이 밑으로 꺼지는 현상) 원인을 조사하던 중 드러났다. 14일 조사단이 발견한 폭 5∼6m, 깊이 4∼5m의 동공은 전날까지만 해도 수많은 차량이 지나다닌 차도로부터 불과 3m 아래에 있었다.

조사단은 지하철 9호선 시공업체인 삼성물산이 약한 지반을 뚫고 나서 제대로 틈새를 메우지 않은 탓에 동공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동공이 언제 생겼는지 파악이 안 되고 있다. 10개월여 동안 그 위로 차량이 오간 셈이 된다. 동공은 또 지하터널 기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주변 72m 구간의 터널 기둥 25개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자칫하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아찔할 뿐이다. 서울시는 삼성물산이 연약한 지반을 고려하지 않고 터널을 파 발생한 일이라고 책임을 돌렸지만 서울시도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는 잠실을 중심으로 올 들어 5건의 싱크홀이 발생한 터라 이번 동공 발견은 지역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 개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다. 땅 속에서 현재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전을 도외시한 개발은 도시 재앙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