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와 공기의 무게는 묘하게 닮았다. 공기도 분명 무게를 지닌다. 온도와 기압에 따라 다르나 우리가 사는 1기압에서 공기의 무게는 ㎥당 약 1.2㎏이다. 하늘 높이 펼쳐진 공간을 감안하면 한 사람의 어깨를 짓누르는 공기의 무게는 총 1t가량 된다. 태풍이 불 때 이 같은 공기의 무게는 그 위력을 드러낸다. ㎢당 1000만t에 해당하는 공기가 시속 50∼60㎞의 속도로 지나가면서 나무를 부러뜨리고 지붕을 날리기까지 한다.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바로 헬륨 풍선이다. 헬륨 1ℓ의 질량은 1기압 섭씨 0도에서 0.1789g이다. 그에 비해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는 1.251g, 산소는 1.429g. 따라서 공기에 비해 7배나 가벼운 헬륨 풍선은 자신을 잡아당기는 지구의 중력에도 아랑곳없이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다. 만약 공기가 없는 달에서 헬륨 풍선을 날린다면 달의 중력에 끌려서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무거운 공기를 머리 위에 이고 살면서도 우리는 공기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고 산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의 바깥쪽에서 누르는 공기의 무게만큼 우리 몸 안의 공기도 같은 힘으로 바깥으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문명과 과학의 지역적인 발전 차이의 원인을 공기의 무게에서 찾는 학자들이 있다. 고위도에 위치한 지역이 저위도에 위치한 열대지방보다 훨씬 발전해 있다는 것. 공기의 무게가 무거운 고기압권에서는 뇌에 산소 공급이 잘 되고 신체가 약간 수축해 모든 기능이 원활해지며, 저기압권에서는 그와 반대이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논리다. 즉, 공기의 무게가 너무 가벼우면 마치 사람도 달에 놓아둔 헬륨 풍선처럼 날아오르지 못하는 셈이다.
삶의 무게도 마찬가지다. 무게가 너무 없으면 비록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풍선처럼 날아오를 순 없을 것이다. 삶을 짓누르는 무게는 결코 고통스러운 짐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할 테니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삶의 무게를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힘이 삶의 무게만큼 똑같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살다보면 태풍이 몰아칠 때도 있고, 혼자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 태풍이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삶의 무게를 반대방향으로 함께 밀어내주는 사람이 주위에 전혀 없다고 생각할 때 삶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인간이 견디지 못할 공기의 무게가 어디 있으며 또 그보다 더 무거운 삶의 무게가 어디 있으랴.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사이언스 토크] 공기와 삶의 무게
입력 2014-08-16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