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석촌지하차도 입구에서 발견된 싱크홀 옆 차도 바로 밑에서 길이가 80m에 이르는 거대 공동(空洞·굴)이 발견됐다. 이 굴로 인해 석촌지하차도 내 터널 기둥에 일제히 균열이 생기는 등 주변 지역 지반이 불안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석촌지하차도 입구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지하차도 중심부에서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의 굴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반 침하의 영향으로 지하차도에 세워진 터널 기둥 25개(75m 구간)에는 0.2㎜ 크기의 균열이 생겼다.
시 관계자는 “공동이 나타난 지점 위에 세워진 기둥 25개에서 실금을 확인했다”며 “아직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공동이 더 커지거나 지반 침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균열이 더 심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둥마다 측정 장치를 달았다.
석촌지하차도는 상하행 2개씩 총 4개의 차도로 구성돼 있으며, 균열은 공동이 있는 방향의 차도 쪽으로 일제히 생겼다.
서울시와 싱크홀 전문가 조사단은 현장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굴과 지난 5일 발견된 폭 2.5m, 깊이 5m, 연장 8m의 싱크홀은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해 시행된 실드(Shield) 터널 공사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드 공법은 터널 굴착 방법의 하나로 원통형 실드(강재)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조사단은 실드 기계로 연약한 지반을 뚫고 나서 제대로 그라우팅(틈새를 메우는 것) 작업을 하지 않은 탓에 공동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공동이 언제 생겼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 위로 차량이 13일까지 오간 셈이다. 이 지역은 지하수에 취약한 충적층(모래·자갈)이 두껍게 자리한 곳으로 지하수 수위의 변동에 따라 침하 가능성이 크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유럽 출장 후 귀국해 현장을 찾은 박원순 시장은 “9호선은 물론이고 인근 건물에 대해서도 지반 침하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불안해하니 한달 정도 기간을 잡고 문제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지하수가 유입돼 충적층이 흘러나가면서 공동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자갈이 박힌 벽은 수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고 지반이 안정될 때까지 석촌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을 금지할 예정이다. 거대한 굴이 지반침하로 이어져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책임 시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석촌 싱크홀 밑에 80m 빈공간… ‘붕괴 시한폭탄’ 있었다
입력 2014-08-15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