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의 과잉검진에 대해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립암센터는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을 유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갑상선암 검진권고안 초안을 마련했다. 갑상선암은 치사율이 높지 않을 뿐더러 조기 발견해도 사망률을 낮추지 못하고, 평생 호르몬 보충제를 먹어야 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국립암센터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제정위)’는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는 갑상선암 검진을 받도록 하지 말고, 환자가 원하는 경우 갑상선암 검진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한 뒤 검진해야 한다”고 14일 밝혔다. 제정위는 내분비과·영상의학과·외과·가정의학과·산업의학과 등 관련 학과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됐다.
통상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진행속도가 느리다. 그러나 일부 빠르게 자라는 갑상선암의 경우 검진을 통해 조기에 치료를 받아 병이 더 커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검진의 이점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이다.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아 수술하는 경우 낮은 확률(0.2∼2.1%)로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 갑상선을 자르게 되면 평생 갑상선 호르몬 보충제를 복용해야 하고 부갑상선의 기능이 떨어져 지속적으로 칼슘제를 먹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제정위가 갑상선암 검진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검진 시 이점은 거의 없었다. 검진을 받은 성인이 검진을 받지 않은 이에 비해 1㎝ 미만의 갑상선암 발견율은 높게 나왔지만 암세포의 임파선 침범 여부나 원격 전이 여부 등에선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갑상선암 환자가 크게 늘었다.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갑상선암 환자는 여성 88.6명, 남성 17.3명이나 된다. 갑상선암 조기 진단을 하지 않는 일본(여성 6.5명, 남성 2.2명)이나 영국(여성 4.9명, 남성 1.5명)보다 15배 정도 많다. 초음파 진단을 많이 하는 편인 미국(여성 20.0명, 남성 6.4명)보다도 4배 정도 많다. 하지만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0.5∼0.7명 수준에서 10년 넘게 유지돼 왔다.
김열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과장은 “갑상선암이 급증해 민간 검진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권고안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전문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권고안을 10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갑상선암 증상 없다면 검진 불필요”
입력 2014-08-15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