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로 뛰는 장관들… 그 뒤엔 ‘최경환 효과’

입력 2014-08-15 02:26

장관들이 달라졌다. 여야 의원들을 직접 만나 처리가 시급한 법안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민생 현장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박근혜정부 1기 내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이 같은 장관들의 적극적인 행보 뒤에는 최경환(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최근 국회 의원실마다 “식사라도 한번 하자”는 각 부처 장차관들의 연락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이 한번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면서 “지역구에 일이 있다고 하니 그곳까지 찾아오겠다고 해 다음주에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야당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미리 전화 한통 넣어 달라는 부탁도 많아졌다”면서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장차관들이 집무실을 벗어나 현장을 방문, 이해 당사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탁상행정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장차관들이 이처럼 전면에서 뛰는 것은 ‘최경환 효과’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현 정부의 실세인 최 부총리는 국무회의나 경제장관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등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국회와의 관계와 민생 현장 방문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 부총리가 ‘법안을 내거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장관이 굳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오해가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가 장관들을 독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살리기 등 박근혜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국회의 입법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국회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독려만 하지 않고 직접 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총리가 팔을 걷고 나서니 장차관들도 가만히 앉아 있을 재간이 없는 것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최 부총리가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계속 전해오고 있다”면서 “기재부 차관은 야당 의원들을 계속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이달 초엔 야당 기재위원 몇 명을 따로 만나 법안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야당 의원은 “솔직히 좀 놀랐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장관들한테 앉아 있지만 말고 여야 의원들, 교육·의료·서비스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라고 주문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세월호 협상 때문에 국회가 교착상태라고 해서 장관들마저 일손을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며 “장관들이 법안을 직접 설명해야 야당 의원들과 이해 당사자들도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