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개통 100년… 화물 운송 경쟁력 시험대

입력 2014-08-15 02:04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해 국제교역의 양상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파나마운하가 15일로 개통 100주년을 맞는다. 거대한 화물선 출현과 비좁은 수로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중국계 회사가 니카라과에 운하를 건설키로 하면서 파나마운하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변신에 몸부림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파워 부상에 결정적 역할=1881년부터 33년간 파나마운하 건설에는 2만7000t의 다이너마이트가 사용됐다. 2만6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말라리아 등에 걸려 희생됐다. 하지만 1914년 8월 15일 8만1237t급의 퀸엘리자베스호가 77㎞ 거리의 파나마운하를 처음으로 통과하면서 국제교역의 양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가장 많은 혜택을 봤다. 서부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목재를 파나마운하를 통해 동부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발전을 이뤘다. 여기에 해군력을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파워로 자리 잡는 데 파나마운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줄리 그린 메릴랜드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파나마운하는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라며 “이를 계기로 미국이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1999년 12월 31일 운항권은 미국에서 파나마로 넘어갔다.

한 해 1만4000척에 달하는 선박이 파나마운하를 이용하고 있지만 최근 화물선이 대형화되면서 파나마운하도 생존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폭과 길이는 최대 32m, 294m지만 2007년 9월부터 확장 공사 중인 제3갑문은 폭 49m에 길이 366m다.

공사가 끝나면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 크기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4500개 규모에서 최대 1만2000개까지 실을 수 있는 초대형 화물선으로 바뀌게 된다. 척당 30만 달러이던 통행료 수입도 최대 8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니카라과 운하 건설로 긴장=하지만 2012년 9월 니카라과 정부와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계 회사 HKND가 니카라과에 운하를 건설키로 합의하면서 파나마운하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니카라과 정부는 동남부 대서양 연안의 푼타 고르다에서 니라카과 호수를 거쳐 태평양연안 브리토까지 278㎞를 연결하는 밑그림을 발표했다.

올해 말 착공해 2020년 완공되면 미 동부 뉴욕에서 출발한 배가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갈 경우 800㎞가량을 줄일 수 있다. 기존 파나마운하를 이용하면 대략 9500㎞를 가야 한다. 최대 수용 선박 규모도 25만t급으로 파나마운하 12만t에 비해 배가 넘는다.

니카라과 정부는 400억 달러(약 40조8000억원)를 투입했으며 자유무역지대 건설과 철로 공사 등으로 25만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운하건설을 계기로 1인당 국민소득도 1920달러에서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웃 국가의 야심 찬 투자에 파나마는 평가절하 분위기가 강하다. 운하 길이가 파나마운하에 비해 3배 가까이 길지만 공사기간은 너무 짧게 잡았다는 것이다. 당초 400억 달러로 알려진 공사비도 670억 달러(약 68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사비가 올라가면 당연히 통행료도 올라가 파나마운하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파나마 당국의 생각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