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소탈·친밀… 환영 인사와 일일이 손 잡고 인사말

입력 2014-08-15 04:35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환영 나온 세월호 희생자 고(故) 정원재씨의 부인 김봉희씨와 악수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눈물짓고 있는 김씨를 박근혜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환영단에는 세월호 유가족 4명을 비롯해 탈북자, 이주노동자, 범죄 피해자 가족 등이 초청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디딘 '빈자(貧者)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일성(一聲)은 '화해와 평화'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박근혜 대통령 영접을 받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우리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새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한 인사말에 대한 화답이었다.

언제나 그늘진 곳에서 소외됐던 이들을 돌봐왔던 교황은 이번에도 소탈한 평소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교황은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뒤 방명록에 스페인어로 '다채로운 전통이 있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이를 전파하는 이 따뜻한 나라의 환대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청와대 면담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해 준 교황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 교황이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가 '평화'라는 점을 기억한다.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평화는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이라고 답변했다. 교황은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또 가톨릭교회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면담 이후 걸으면서 "스페인 격언 중 '라 에스페란사 에스 로 울티모 케 세 피에르데(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잃는 것)'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자 교황은 영어로 "희망은 선물"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면담 이후 교황에게 화목문(花木紋·꽃나무 무늬) 자수 보자기 액자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보자기는 30여개 색의 실로 6개월간 제작됐다. 박 대통령은 "보자기의 감싸는 기능은 모든 인류를 애정으로 감싼다는 교황의 큰 뜻과 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바티칸 전경이 있는 로마 대지도 동판화 액자를 선물했다. 이 동판화는 2000년 대희년(大喜年)을 맞아 300장 한정으로 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매우 정교하군요. 감사합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일정 내내 고령(78세)의 교황을 배려했다. 박 대통령은 본관 엘리베이터를 탈 때 교황에게 "먼저 타시라"고 권했다. 교황이 "레이디 퍼스트가 원칙"이라고 답변하자 박 대통령은 "교황님은 다르시니까 먼저 타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의 시차 적응을 염려하기도 했다. 교황이 "시차 적응하는 데 사흘 정도 걸린다"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시차 적응이 되면 바로 떠나셔야 되겠네요"라고 해 주위를 웃게 만들었다.

앞서 오전 교황복인 흰색 수단을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전 10시16분쯤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교황은 박 대통령은 물론 마중 나온 한국 천주교 주교단 대표, 정부 주요 인사, 국민 대표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고개를 숙여 인사말을 건넸다.

박 대통령은 먼저 스페인어로 "비엔베니도 아 코레아(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교황은 "감사합니다. 그동안 베풀어주신 배려를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에게 "노스베모스 루에고(나중에 뵙겠습니다)"라며 다시 스페인어로 인사를 전했다.

공항에서의 첫 만남을 마친 교황은 자신이 '포프 모빌(교황 차량)'로 선택한 국산 소형차 '쏘울'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교황은 청와대 인근 주한 교황청대사관을 숙소로 사용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