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中 국민에 안부 전한다” 영공 통과하며 메시지

입력 2014-08-15 02:51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중국 등 10개 국가 상공을 지나 한국에 도착했다. 13일(현지시간) 오후 출발해 14일 서울 도착까지 11시간30분 동안 9545㎞를 비행했다.

교황은 중국 영공을 통과할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국민에게 안부를 전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교황의 외국 방문 시 교황기가 영공을 지나가는 국가에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관례다. 전날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때도 교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하며 러시아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 등 아시아 방문 당시 중국 당국이 허가하지 않아 영공을 피해 가야 했다. 바티칸과 중국은 1957년 공산당이 관제 가톨릭 교단인 천주교애국회(CPA)가 주교를 임명하도록 하면서 외교관계가 단절됐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교세가 급격히 줄었지만 현재 지하교회를 중심으로 1200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교황 방한을 계기로 중국과 바티칸 사이에 훈풍이 불지 관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 주석의 지난해 주석 취임 당시 축하 서한을 보내고 답신을 받는 등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톨릭 전문가인 베르나르도 세벨레라 신부는 “이번 (중국의 영공 통과 허용) 조치는 분명 화해의 신호”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으로 향하는 교황 전세기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수행기자들과 만나 “지금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이로 말미암은 희생을 걱정했다. 교황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 도중 숨진 사진기자를 거론하면서 평화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사진기자가 오늘 가자지구에서 취재 중 숨졌다”면서 “침묵 속에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교황은 인사말 이후 70명의 동행 기자 모두와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등 30분가량 기자들 자리에 머물렀다. 전세기는 이탈리아 국적기인 알리탈리아항공 에어버스 330으로 일등석이 없고 교황을 위한 사무·휴식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 방한에 교황과 추기경 등 바티칸 고위 수행단은 모두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취재진과 나머지 교황청 수행원들은 이코노미석을 배정받았다. 교황을 포함해 탑승한 모든 사람은 같은 이탈리아식 기내식으로 식사를 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