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철새 탓만… 방역체계 개선 방안 실효성 의문

입력 2014-08-15 04:00 수정 2014-08-15 04:37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상시방역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축산 당국은 이번 AI 사태 조기 종식에 실패하고 발생 원인을 외부 철새 탓으로만 돌리는 등 무능력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AI 바이러스의 국내 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번 AI 방역체계 개선 방안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철새 군집지역과 가금류 밀집 사육지역인 전국 132개 읍·면·동의 1700여 농가를 'AI 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해 집중 관리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의 AI 방역체계 개선 방안을 내놓고 연말까지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신설되는 AI 방역관리지구는 전체 농가의 35%, 사육하는 가금류의 20%(3500만 마리)에 해당된다. 방역관리지구 해당 농가는 위생전실·소독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축사 세척과 소독을 닭과 오리가 축사에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일정 기간 축사를 비우고 세척과 소독을 하고 나서 재입식하는 '올인-올아웃(All in All out)' 방식으로 전환된다.

농식품부는 오리와 닭 사육을 위탁하는 하림 등 농축산 가공업체가 정기적으로 농가 방역 교육과 지도, 소독·예찰을 하는 '계열사 책임방역관리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AI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 명단을 공개하고 과태료도 부과할 방침이다.

또 위성항법시스템(GPS) 차량등록 대상을 가금류뿐 아니라 가금류 알 수송 차량까지 확대해 미등록 차량의 축산시설 출입을 제한키로 했다. 철새 이동경로나 AI가 발생한 중국, 동남아 국가와 AI 관련 정보를 상시 공유하는 국제 공조체제도 구축된다.

이 방안으로 AI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AI 발생의 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철새 유입을 막을 근본적 해법이 없는 데다 국내 가금류에 남아 있던 AI 바이러스가 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다음달 초 AI 종식을 선언하면서 이번 AI 발병 원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쥐 등을 통한 수평 전파는 있었지만 첫 AI 발생 농가의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날아온 철새가 옮긴 것이라고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AI 발생과 같이 철새만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부 학계 등에서는 중국 철새 유입이 아니라 국내 가금류에 남아 있던 AI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