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코피노들과 함께 숨 쉬는 하나님 느꼈습니다

입력 2014-08-16 02:26
메신저 인터내셔널과 함께하는 2014 단기선교 활동에 참가한 일산광림교회 청년부 권다은양이 지난 6일 세부시 라후지역에 사는 한 주민들에게 약물 복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필리핀 세부는 매년 수백만명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그러나 세부의 리조트에서 불과 20㎞ 거리에 있는 로레가 마을의 실상을 보면 천국과 지옥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1만3000여명이 살고 있는 ‘로레가 성 미구엘’ 마을은 무덤과 무덤 사이에 판자를 대 벽을 만들고 판자를 이어 만든 집으로, 산자와 죽은 자가 뒤엉켜 사는 무덤 마을이다. 마약 범죄 매춘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필리핀 지역 코피노 어린이와 그 가족을 돌보는 NGO 메신저 인터내셔널(이사장 김춘호)은 지난 5∼7일 서울청년관(관장 김명기 목사) 일산광림교회(박동찬 목사) 상계광림교회(권병훈 목사) 대림감리교회(임준택 감독) 온천제일감리교회(김득수 목사) 청년부 65명과 함께 필리핀 세부의 로레가 마을과 루즈, 라후 등 코피노 가정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 단기 선교활동을 전개했다.

이번 단기선교 사역은 의료사역, 성경학교활동, 집 보수, 미용, 코피노 멤버스데이 등 5개 팀으로 나눠 진행했다. 의료사역팀은 열악한 환경에서 병원은 고사하고 약국 한번 가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준비해간 약품을 투약했다.

인천 남구 신기촌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염인숙(49) 약사는 “한국 같으면 일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 등 상비약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이곳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최소한의 의료혜택을 받고 살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도영 선교사는 “어제는 생후 6개월밖에 안 된 코피노 아이가 급성폐렴에 걸려 숨졌다”면서 “의료팀이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도 그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집 보수팀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미리 돈을 전달해 건축 자재와 장비 등을 준비해 놓으라고 했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기가 막혔지만 방법이 없었다. 사비를 털어 합판과 못 망치 장갑 등을 새로 구입해 무사히 보수작업을 마쳤다.

온천제일감리교회 ‘3인방’이 운영한 길거리 미용실도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온천제일감리교회 김경 사모와 2명의 집사로 이번 단기선교 미용봉사를 위해 1개월 동안 미용학원에 등록해 속성으로 미용기술을 익혔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미용봉사활동에서 천금보다 값진 수입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신케빈(7)이라는 코피노 어린이가 준 ‘거금’ 500원짜리 동전이다.

7일 바랑가이 임마누엘바이블칼리지에는 30여명의 코피노 아이를 둔 엄마와 가족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 청년들은 코피노 어린이들과 어울려 신나는 성경학교 한마당을 펼쳤다. 햄버거 하나로 점심을 때운 청년들은 조별로 나눠 쌀 10㎏과 멸치 라면 등 생필품을 들고 코피노 가정 방문에 나섰다. 주거환경은 상상외로 열악했다. 큰길에서 불과 서너 발짝만 들어서면 바로 슬럼가로 이어진다. 코피노가 사는 집은 한두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골목 안쪽, 끝자락쯤에 있었다. 소형 창고 같은 판잣집에 최대 50여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화장실이 없는 집이 태반으로 근처 하수구나 적당한 곳에서 일을 보고 지내지만 그들의 얼굴엔 세상의 욕망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단기선교 단장을 맡은 박동찬 목사는 “예수님은 가난한 자, 병든 자, 힘들고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셨다”면서 “우리의 핏줄인 코피노들과 함께 숨 쉬며 그들의 삶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체험한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세부(필리핀)=글·사진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