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신사참배 끝까지 거부한 유일한 교단은 기독교한국침례회”

입력 2014-08-15 02:57
한국 침례교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박남윤 목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기침총회 본부에서 침례교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천황 폐하도 예수를 믿지 않으면 멸망하는가.”(일본 헌병)

“성경에 그렇게 명기돼 있다.”(동아기독교회 5대 총회장 이종근 목사)

일제의 서슬이 퍼렇던 1942년 6월 초 함경남도 원산 헌병대 심문실. 일본 헌병의 질문에 이 목사의 답변은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혹독했다. 일제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의 전신인 동아기독교회의 모든 재산을 몰수했고, 44년 5월에는 교단 폐쇄 명령까지 내렸다. 교단 소속 목사 32명을 ‘불경죄’ 등의 죄목으로 엮어 투옥시켰다. 일왕에 대한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한 데 따른 대가였다.

기침은 한국교회사에서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한 유일한 교단으로 남아 있다. 당시 한국의 주요 교단들은 공식적으로 신사참배를 결의했다. 주기철 손양원 목사 등 일부 목회자들만 개인적으로 신사참배를 거부했을 뿐이다.

기침 총회(총회장 김대현 목사)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침례교단 바로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총회는 14일 “침례교에 대한 바른 정보를 알리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며 “내달 정기총회 등을 통해 총대들과 활동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침 총회는 세월호 실소유주인 이단·사이비 집단 구원파의 공식 명칭(기독교복음침례회)과 비슷한 이름 때문에 교단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선교 및 전도 활동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교단 내부에서는 한국교회와 성도, 나아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침례교를 바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돼 왔다. 구원파의 교단 명칭에 대한 ‘명칭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이나 ‘침례교 역사 바로 알기’ 캠페인 등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기침유지재단 사무국장을 지낸 박남윤(76) 목사는 침례교단이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한 역사적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침례교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그는 “침례교단이 만들어 부른 찬송가(보훈찬미) 가사 중 하나님을 높이는 내용에 대해 꼬투리를 잡으면서 일제의 혹독한 탄압이 시작됐다”면서 “이에 굴하지 않았던 침례교단 선배 목사들의 일사각오(一死覺悟·죽으면 죽으리라) 신앙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