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고교생들 ‘화합의 합창’

입력 2014-08-15 03:20
지난해 8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제1회 한·일 고교생 가곡 콘서트-노래 하나 울림 2013’ 리허설 장면. 이 공연은 당시 일본 공영방송 NHK 뉴스와 위성채널 BS방송에 소개됐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한국과 일본 고등학생 10명과 한국 소년소녀합창단이 동일본 대지진을 기리는 가곡 ‘꽃은 피네’를 부르자 객석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영화 ‘러브레터’의 이와이 순지 감독이 노랫말을 붙인 곡이다. 양국 학생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부르는 애절한 노래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객석에서는 앙코르 요청이 쏟아졌지만 정작 학생들과 주최 측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어리둥절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공연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 무대는 일본 NHK 뉴스에도 소개됐다. 내용은 이랬다.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공연이 열렸다는 것.

이 행사를 주최한 일본 쇼와음악대학은 앙코르를 준비 못한 아쉬움을 다음 공연으로 기약했다. 오는 19, 20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2회 한국과 일본 고등학생들의 가곡 콘서트-노래 하나 울림 2014’는 이렇게 기획됐다.

한·일 고교생들이 한 무대에 선다. 이들이 손을 맞잡고 한국어와 일본어로 된 가곡을 함께 부른다. 올해 출연진은 한국 선화예고·경기예고 학생 5명과 일본 쇼와음대에서 주최한 ‘고교생을 위한 가곡 콩쿠르’ 입상자 7명이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쇼와음대 가곡 콩쿠르는 매년 5월 일본 내 8개 지역에서 예선을 치르고 6월에 본선이 열린다.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지한파 일본인 도다 유키코씨의 힘이 컸다. 음악을 전공하고 일본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던 그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국 정부의 국비 장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그는 한양대 음대에서 공부하며 알게 된 인맥과 유창한 한국어를 바탕으로 이 공연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됐다.

도다씨는 “2012년 쇼와음악 콩쿠르에 서울시오페라단 이건용 단장과 선화예고 전기홍 교장을 본선 특별심사위원으로 초빙했다. 이를 인연으로 한국과 일본 고교생이 한 자리에 서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안 좋다고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일 뿐 일본 국민의 정서는 다르다. 이번 ‘노래 하나 울림’ 콘서트가 양국 관계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이 고교생인 것도 뜻 깊다. 그는 “공연 한 번으로 인식이 확 바뀌길 기대하진 않는다. 그냥 한국 학생들이 ‘일본 노래도 좋은 게 있네’ 정도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양국 학생들은 한국·일본·이탈리아 가곡 14곡을 들려준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은 한국어로, ‘바닷가의 노래’는 일본어로, 동일본 대지진 지원송인 ‘꽃은 피네’는 양국 가사로 번갈아 부른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