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디 훌룸” 이슬람 청년들에게 꿈을 심어 줘요

입력 2014-08-16 02:05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활동하는 박요셉 선교사는 이슬람교 배경의 현지 청년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얼굴 노출을 원치않아 뒤에서 촬영했다. 허란 인턴기자

“안디 훌룸.”(I have a dream, 나는 꿈이 있습니다) 북아프리카 북단 이슬람국가 튀니지의 박요셉(가명·49) 선교사는 직접 만든 영·한·튀 사전 한 페이지의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 박 선교사는 이슬람 청년들이 스스로 이런 말을 할 수 있도록 ‘비전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나를 알고, 세계를 알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10년 전 처음 튀니지에 갔을 때 박 선교사는 한숨지었다. ‘하나님 제가 한 명에게라도 복음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무슬림 99%의 나라이므로. 대신 하나님의 사랑을 흐르게 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튀니지 정부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원과 청소년센터에서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국비전교육원에서 보급하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아랍어로 제공한 것이다. “4단계로 구성돼 있어요.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답하게 하고 세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망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그런 미래를 맞게 될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도록 합니다. 어떻게 보면 꿈을 찾게 한다기보다 꿈 찾기 ‘시작’을 이끄는 거죠.” 박 선교사의 설명이다.

여러 해 동안 일대일로 2∼3일 동안 진행했다. 매년 수십명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확대됐다. 2012년부터 25명씩 그룹 교육이 가능해졌다. “지금은 8명의 현지인 스태프가 생겼어요. 프로그램 훈련을 받은 친구들이 5명씩 그룹으로 진행해요.” 그동안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은 400∼500명 정도 된다.

그는 교육생들에게 실례를 많이 보여준다. “사지 없이 복음을 전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닉 부이치치, 가난한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유명 성악가로 우뚝 선 폴 포츠를 소개해요. 지구촌의 기아와 전쟁 영상도 많이 보여 줍니다. 세계를 이해하고 자기가 할 일을 고민하게 하죠. 돈이나 명예보다 사회 공헌을 추구하도록 돕는 겁니다.”

그는 아랍어에 능숙하지 않았다. 1992∼99년 필리핀 선교사였던 그는 프로그램을 먼저 영어로 번역했다.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튀지니인이 사용하는 아랍어 ‘데리자(Derija)’로 다시 번역했다. 데리자는 일종의 아랍어 방언이다. 프로그램 보급 중 2010년 영·튀·한 사전까지 내게 됐다. 2만여개의 튀니지 방언을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수록했다.

교육생이었던 청년 A씨(22)는 박 선교사의 가정에서 함께 산다. 그의 집은 방이 3개다. A씨, 부부, 10대 두 딸이 각각 사용한다. “같이 사는 이유요? 리더로 키우기 위해서죠. A씨는 2005년 일대일 교육에서 처음 만났어요.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교도소에 가기도 했어요. 요즘은 신학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해요.” 10년 전 박 선교사의 질문에 하나님이 응답한 셈이다.

그는 2025년까지 비전 찾기 프로그램을 100여개국에 보급하길 원한다. “어느 나라나 청소년 사역이 중요하죠. 청소년이 그 사회를 이끌어가니까. 저를 파송한 바울선교회에만 90개국 400여명 선교사가 있어요. 만나는 선교사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어요.” 이미 지난 6월 모로코와 알제리에 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장기적으로는 선교회에서 선교사 재교육과 선교계획 수립 등 선교 컨설팅을 할 예정이다. “한국 교회가 가까운 동남아 위주로 선교를 하려고 해요. 자주 가 볼 수 있으니까요. 아프리카나 중동 특히 이슬람권 선교는 중요한데 힘드니까 사람들이 외면하려고 해요.” 청년 선교사 지원도 강조했다. “청년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오면, 교회가 교육과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군대처럼요. 군인이 될 마음가짐으로 입대하면 군대에서 무기도 주고 훈련도 시키잖아요. 20대 젊은 시절 선교 비전을 위해 1∼2년씩 단기 선교 나가는 것도 아주 좋은 것 같아요. 비전을 갖고 특정 분야에 전문가로서 실력을 가지고 준비한 뒤 나이 들어 선교지에 가는 거죠.”

박 선교사의 부친은 중국 선교사다. 4남매 중 큰형은 인도 선교사다. 행복한지 물었다. “네 행복합니다. 사람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해요.” 타국 청년들에게 꿈을 주는 선교사의 삶은 행복한가 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