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딱딱하고 어려운 성경을 인문학·문학의 눈으로 쉽게 다시 풀어냈다

입력 2014-08-15 02:45
이범선 목사가 쓴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 시리즈는 성경 속 사건과 인물을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다른 책과 차별화된다. 책 속에는 성경을 주제로 그린 도판을 풍부하게 삽입해 이해를 돕는다. 사진은 19세기 러시아 해양화가 이반 아이바조프스키의 작품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1891).교양인 제공

성경은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한다. 성경은 지구 최고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또한 성경은 세계사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교양서다. 그런데 성경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기독교인들에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는 상징과 비유로 가득하고 낯선 고어체 문장으로 짜인 구약성서를 풀어내고, 그 안에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인물과 문장에 구체성과 현장성을 부여해, 종교문서를 역사이야기로 재구성한다.

저자 이범선은 현직 개신교 목사로 신학교에서 기독교 고전과 문학, 철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성경을 주제로 몇 권의 책을 냈다. 신학과 역사, 서양철학, 동양 고전 등을 공부하고,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를 익힌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저자는 성경을 신학과 인문학, 문학의 바늘로 다시 짜낸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성서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3대 종교의 근본 경전인 구약성서는 우리나라의 강원도 땅만 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집트, 바빌로니아, 로마 같은 강대국들의 발길에 채이고, 못난 왕들과 지도층 때문에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 투쟁해 온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담은 책이다.”

구약성서를 이처럼 간결하게 설명하는 사람을 만나보긴 어렵다. 저자는 또 “구약성서는 어떻게 한 민족의 종교 경전을 뛰어넘어 인류의 고전이 되었을까?” 묻고 나서, “그것은 구약성서가 인간을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오래된 책은 인간이 지닌 좋은 점과 나쁜 점, 삶의 모든 측면을 더할 수 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고 답했다. 구약성서의 매력을 이처럼 쉽게 설명하기도 힘들다.

책은 구약성서를 모세오경, 역사서, 예언서로 구분해 각각 한 권으로 구성했다. 1권 ‘모세오경과 유대인의 탄생’은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다루고, 2권 ‘역사서와 왕들의 시대는 ‘여호수아’부터 시작해 12권에 달하는 역사서를 망라한다. 3권은 ‘이사야’ ‘예레미아’ ‘에스겔’ 등 17권의 예언서를 시대별로 구분한 뒤 ‘예언서와 고난의 시대’로 재구성했다.

저자는 성경 속 주요 사건과 인물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여준다. 예컨대, 아브라함은 ‘이스라엘 민족의 기원’이고, 야곱은 ‘신과 씨름한 사나이’, 모세는 ‘지상에서 가장 겸손한 사람’이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구원자 혹은 욕망의 화신’이고, 하박국은 ‘선한 신이 창조한 이 세계에 왜 악이 존재하는가를 질문하는 예언자’가 된다.

삶의 어느 순간, 성경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 이 책은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