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나이 듦에 대하여

입력 2014-08-16 02:48
평소에 존경했던 분에게 전화를 드렸다. 많이 바쁘시다고 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그분은 기도 모임을 만드는 등 바빠서 세월 가는 줄 모르겠다고 했다. 통화를 하면서 떠오르는 얼굴이 또 한 분 있었다. 그는 대기업 부사장으로 은퇴한 뒤 재취업 제의를 거절하고 에티오피아로 떠나 그곳 아이들과 활짝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어 보내온 분이다. 반면 며칠 전 뉴스에서 노인들의 성범죄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부류의 나이듦을 보면서 무엇이 그들을 선명하게 갈라놓았나를 생각했다.

먼저 자기 확신에서 오는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남성에게 있어 일이란 자신의 존재가치다. 퇴직을 하게 되면 갑자기 직장에서 소외되고 가정에서조차 낄 틈을 찾지 못해 자존감이 떨어져 버린다. 그동안 살아왔던 세월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삶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 버린다. 노년에도 젊은이로 사는 한 작가가 자신이 젊게 사는 비결은 자기 혁신의 의지를 계속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인인 선교사의 말도 생각난다. 나이가 들면 힘을 빼는 연습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어 힘이 있을 때 하던 일을 고집하고 연연해하지 말고 지금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어찌 보면 들어오는 소득이 있어야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크리스천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이끄는 것이 일의 목적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일은 널려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어디에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에릭슨은 노년기 발달심리의 특징을 ‘통정성 대 절망감’이라고 했다. 자신의 삶이 가치로웠다고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만족할 때 통정성이 생기고 자신의 삶을 실패로 단정 짓고 사람들로부터 단절감을 느낄 때 절망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이듦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