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밤 소아과 찾아서 발동동? ‘달빛 어린이 병원’으로 오세요

입력 2014-08-14 16:52
두 살 아들을 둔 김영아(33·여)씨는 저녁 시간 병원 3곳을 헤매고 다녔던 아찔한 기억이 있다. 아이가 39도 넘게 열이 난 시간은 오후 6시쯤이었다. 첫 번째 ‘퇴짜’는 집 근처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였다. 접수시간이 넘었다는 이유였다. 가까운 종합병원에 갔더니 이번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다”며 퇴짜를 놨다. 1시간 가까이 차를 몰고 소아응급실이 있는 대학병원으로 갔지만, 진료까지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아이의 진단명은 ‘감기’였고, 해열제 처방이 전부였다.

김씨는 “응급실까지 안 가고 가까운 의원에서 감기 치료를 받았으면 아이도 나도 덜 고생했을 것 같다”며 “말도 못하는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응급실로 갈 수밖에 없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씨 아이처럼 가벼운 증상의 소아환자가 응급실에 가지 않더라도 평일 밤 11∼12시까지 진료 받을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생긴다. 보건복지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야간·휴일 진료를 하는 병원 8곳을 지정해 ‘달빛 어린이 병원’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토·일·공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게 기본이고, 일부 병원은 24시간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달빛 어린이 병원으로 지정된 8개 병원은 부산 남구 부산성모병원, 부산 진구 온종합병원, 대구 수성 시지열린병원, 대구 남구 한영한마음아동병원, 경기 평택 성세병원, 전북 전주 다솔아동병원, 경북 포항 포항흥해아동병원, 경남 김해 김해중앙병원이다. 서울, 경기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지역은 달빛 어린이 병원을 선정하지 못했다. 밤 시간대 소아환자가 많지 않다 보니 야간진료에 참여하겠다는 병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응급실 내원 환자 가운데 31.2%는 소아 환자다. 복지부에 따르면 야간이나 휴일의 경우 가벼운 증세의 소아환자 수가 평일의 4.8배까지 늘어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