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가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125개국 5000여명의 수학자들이 모여 21차례의 기조강연과 179차례의 초청강연을 통해 최신의 수학 연구성과를 확인하는 자리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필즈 메달은 아르투르 아빌라(35)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석학연구원, 만줄 바르가바(40)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마틴 헤어러(38) 영국 워릭대 교수, 마리암 미르자카니(37)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필즈상 수상자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재미없다"면서 "그러나 수학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면 수학을 공부하는 기쁨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 천재들도 "학교 수업은 재미 없었어요"=필즈상 수상자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낀 계기는 대부분 학교 수업과는 무관했다. 수학자 부모 밑에서 특별한 수학공부를 했던 기억, 수학올림피아드 참가 경험 등이 이들을 수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인도 출신인 바르가바 교수는 "많은 나라들이 '이게 문제니까 풀어라' 하는 식으로 수학을 가르친다. 문제해결 과정이 보여주는 예술을 가르치지 않다 보니 재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르가바 교수는 부모가 모두 수학자였다. 학교에서 지루한 수학 수업을 듣고 와도 집에서 흥미진진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바르가바 교수는 "슈퍼마켓에 쌓여 있는 오렌지들이 피라미드 형태인 것을 보면서 '왜 그렇지'를 생각하면서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936년 필즈상이 만들어진 이래 첫 여성 수상자인 미르자카니 교수도 "내가 수학을 못 한다는 생각에 빠지면서 수학이 정말 싫은 때가 있었다"며 "10대 때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르자카니 교수가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수학올림피아드 대회를 통해서였다. 수학올림피아드는 전 세계 수학영재들이 심도 있는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대회다. 그는 "흥미로운 문제를 풀면서 존재의 의미도 함께 찾게 됐다"고 말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이란에서 태어나 이란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이란인이 필즈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필즈상 수상자는 올해까지 5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 수상자 중 한 사람인 아빌라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제삼세계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아빌라 연구원은 브라질 국립순수응용수학원 출신에 수학올림피아드 입상 경험이 있다.
수학올림피아드는 필즈상 수상자의 산실이다. 1978년 이후 올해까지 13명의 필즈상 수상자가 수학올림피아드 입상자 출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6명이 참가해 모두 입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당시 이들은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중 3명은 의대에 진학하고, 2명만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들어갔다. 1명은 아직 고교 재학 중이다.
◇필즈상 시상자와 수상자가 모두 여성=필즈상은 개최국 국가원수가 시상하는 게 전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상자인 이번 대회에서 첫 여성 수상자가 나왔다. 전 세계가 주목한 진풍경이었다.
박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필즈상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상자로 선정된 마리암 박사님의 도전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번 대회가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과 대중이 수학의 묘미를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식에서는 필즈상뿐 아니라 네반리나 상(수리정보과학 분야에 업적이 있는 수학자에게 수여), 가우스 상 등이 수여됐다. 네반리나 상은 수브하시 코트 미국 뉴욕대 교수, 가우스 상은 스탠리 오셔 미국 UCLA 교수가 받았다.
개막식의 화제는 역시 '여성 수상자'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프랑코 브레지(69) 교수는 "필즈상에도 능력과 실력으로 여풍이 몰려올 것"이라며 "남성 수학자로서 연구와 공부에 좀더 분발해야겠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개막식장 앞 검문대에 열 감지 카메라 3대를 설치해 발열 여부를 확인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위험 국가인 나이지리아 출신 수학자 4명이 이번 대회에 참석했다. 이번 대회는 21일 폐막하며 14일에는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가 한국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슈퍼마켓 오렌지는 왜 피라미드처럼 쌓았을까?”
입력 2014-08-14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