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후유증에 시달리던 東사마르… 한국교회 사랑의 손길

입력 2014-08-14 03:11
지난 9일 필리핀 동사마르 헤르나니 지역에 마련된 중계충성교회 간이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한 노인의 혈압을 재고 있다.
헤르나니 지역 어린이들이 중계충성교회 어린이 문화사역팀이 가르쳐준 찬양을 부르며 율동을 하는 모습.
카와디바(82) 할머니는 몇 달 전 나무를 나르다 무릎과 어깨를 다쳤다. 기침만 해도 욱신거려 거동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마을에는 진료해줄 의사도, 약을 구할 곳도 없다.

마르다(7·여)는 학교에 가고 싶다. 교실 밖으로 바다가 보이던 학교는 비바람이 거세게 불던 날 마을을 덮친 파도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쌓은 추억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필리핀 동부 비사야 지방에 있는 동사마르 사람들 이야기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슈퍼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에서 처음으로 당도한 지역이다. 마을 대부분이 침수돼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기반시설도 무너졌다. 9개월이 흐른 현재 많은 주민들이 떠났고, 몇몇 집은 여전히 수리 중이다. 태풍 후유증으로 침체된 이 지역 주민들에게 지난 며칠 간 선물 같은 만남이 찾아왔다.

서울 중계충성교회(김원광 목사) 의료선교 및 어린이문화사역을 위한 단기선교팀원 17명은 지난 8∼12일 동사마르 헤르나니 지역을 방문, 예수의 사랑을 전했다.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였지만 천막 하나로 햇빛을 가리고 임무를 수행했다. 의료선교팀에는 내과 2명, 가정의학과 1명, 외과 1명 등 4명의 의사가 참여했으며 간이진료소와 약국으로 나눠 사역을 진행했다. 외과 의사로는 특별히 7년간의 캄보디아 선교사역을 마치고 지난 6월 귀국한 김현태 선교사가 합류했다.

약국에서는 일반 봉사자로 참여한 중·고등부 학생들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했다. 간호사 출신 신정희 집사가 약국을 총괄하며 검수를 맡았다. 사마르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GP선교회 이병호 선교사와 씨캅센터 바이블스쿨 신학생 10명도 사역에 동참해 통역 업무를 도왔다.

진료소를 찾은 환자의 절반 이상은 노인과 어린이였다. 의료선교팀장 함상수(내과의사) 집사는 “환자 대부분은 감기나 관절염, 피부염을 앓고 있는데 이는 모두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만 제때 복용해도 나을 수 있는 질환들”이라며 “태풍 피해로 기본적인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초적인 진료조차 받지 못해 병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환자도 있었다. 두통을 호소하는 루시아(72) 할머니를 진료한 조황래(내과의사) 집사는 “환자의 혈압이 200/120㎜Hg로 매우 높게 나왔는데 이것이 두통의 원인일 수 있지만 정밀 검진이 필요하다”며 “혈압을 낮추는 약을 처방한 후 병원에 꼭 가길 권했다”고 말했다. 9일부터 11일까지 헤르나니 지역의 마을 3곳에서 열린 진료에는 총 450여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어린이문화사역팀은 9일과 10일 두 곳의 마을을 방문해 천막학교를 열고 25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찬양과 율동, 성경이야기를 담은 인형극 등을 통해 복음을 전했다. 마을광장에 모인 어린이들은 사역팀을 따라 율동을 하며 연신 “예수님을 사랑해요(I love Jesus)”라고 외쳤다. 사역팀은 부채춤과 워십댄스 등도 선보였다. 11일에는 캔키레데세스 초등학교에서 18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학교 교사 레아 가가라(49·여)씨는 “아이들에게 기쁘고 행복한 경험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역팀을 이끈 신상욱 부목사는 “올해로 14년째 해외 의료·문화선교사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고등부 학생들도 참여토록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선교의 비전을 키우고, 장년 세대와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헤르나니(필리핀)=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