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출간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은 미래에 예상되는 기술적·사회적 변화의 속도에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엄청난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나 미국의 미디어 이론가인 저자는 현대사회를 진단하고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현재의 충격’을 냈다. 20세기엔 미래주의가 장식했다면 21세기는 현재주의가 지배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지평선을 향한 원거리 전망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가 조금 전에 도래했다고 말한다. 트위터와 이메일, 그리고 실시간 기술의 변동 덕분에 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24시간 연결 상태를 유지하며, 동시다발적인 자극에 대응하고, 순간적인 결정에 집중하다보니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퇴화되고 있다.
디지털 자아와 아날로그 육체의 불일치로 새로운 불안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충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서사가 사라지고 리얼리티 쇼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기 TV 만화 ‘심슨가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와 드라마를 패러디한 구성으로 서사에 까다로운 시청자에게 일시적인 만족감을 채워준다. 서사구조가 실종되기는 한국 TV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디지털에 의해 야기된 정신적 혼란을 ‘디지털 분열’이라고 명명한다. 한 줄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누군가가 30년 걸려 이룩한 학문적 성취에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시대 흐름에 따라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인위적 리듬에 적응하기보다는 이를 이용해 우리 몸의 생리 기능 주기에 맞춰 삶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계가 오랫동안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태엽을 감는 것처럼 사람들은 시간을 압축한다. 하지만 과도한 태엽감기가 문제다. 열아홉 살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보톡스 중독의 중년 여성, 투기성 파생상품만 좇는 헤지펀드 투자자, 즉흥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TV 프로그램과 이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시청자. 이제는 모두 태엽을 풀고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현재의 충격 속에서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일정한 압력으로 내리누르는 스트레스가 끝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저자는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라고 제안한다. 문자 메시지 대신 대면접촉을, 속도가 아닌 삶의 질을, 디지털의 완벽함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래된 모든 것은 다시 새롭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박종성·장석훈 옮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책과 길] 디지털 시대… “21세기는 현재주의”
입력 2014-08-15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