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모델링 쪽방’ 월세 올린 곳 없다더니… 무단 인상 적발

입력 2014-08-14 02:20
지난 4월부터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의 한 건물 입구에 붙어 있는 가격 표시 안내문. 각 방의 월세와 함께 '5년간 월세 동결'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서울시 제공

저소득층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가 무료 리모델링을 해주는 대가로 임대료 인상을 제한했던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임대료를 무단 인상한 사실(국민일보 3월 18일자 1면 보도)이 서울시 조사에서 확인됐다. 서울시는 당초 본보 보도 직후 “인상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시청과 쪽방상담소, 주민대표로 구성된 조사팀이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임대료 부당 인상을 2건 적발해 시정 조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인상폭은 각각 월 2만원, 3만원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상 금액은 적지만 쪽방촌 주민들의 특성상 1만∼2만원 인상에도 생활에 큰 타격을 입는다”며 “집주인에게 즉각 임대료를 원상 복구하도록 하는 한편 차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주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을 실시했다. 2012년 시범 사업으로 4층 규모 무허가 건물의 쪽방 95가구를 리모델링했다. 화재위험이 큰 쪽방촌에 소화기, 화재감지기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한편 벽지와 장판을 갈고 수세식 화장실을 지어 생활환경도 개선했다. 지난해에는 2차로 서울시 예산 11억원을 투입해 인근 지역 쪽방 130가구의 공사를 마쳤고 현재는 3차 사업으로 90가구에 대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당초 서울시는 집주인이 리모델링을 빌미로 월세를 올리지 못하도록 사업 시작 전 건물주 대표와 협약을 체결했다. 공사 종료 후 5년간 월세를 주변 쪽방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이를 어길 시 집주인에게 공사비 전액을 청구토록 한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집주인이 협약을 어기고 월세를 올려 받았다. 방값이 올라 생활고에 빠지거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방을 옮기는 일이 속출했다. 서울시는 이를 지적한 본보 보도 직후 해명 자료를 내고 “쪽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상 사실이 없었으며 월세 동향 또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월세 인상이 확인되면서 서울시는 즉각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영등포구청과 쪽방 관리인, 쪽방상담소에 월세 인상을 금지토록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편 매 분기 쪽방상담소 관계자들이 월세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토록 했다. 이 내용은 서울시에도 의무적으로 제출된다. 담당 서울시 공무원도 주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토록 했다. 각 쪽방 입구마다 가격표를 붙여 세입자가 적정 가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가격표에 ‘5년간 월세 인상 금지’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촌은 여름에 공실률이 낮아지고 겨울에는 높아지는 특성이 있어 가격 조정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집주인과 관리인에게 월세 인상을 자제하도록 계도하고, 쪽방상담소 관계자들도 방값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당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