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野, 이정현 언급 꺼리는 이유는…

입력 2014-08-14 02:16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세월호 청문회 증인석에 세우겠다고 벼르던 야당이 최근엔 ‘이정현’ 이름 석 자를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나오기로) 합의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의원 출석이 오히려 여러모로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읽힌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한 위원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7·30재보선 전엔 이 의원 증인 채택을 줄기차게 요구하다 선거가 끝나니 요청 자체를 안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왜 안 하는지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뺐다”며 “야당 나름대로 복잡한 속내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야당 입장에서는 이 의원이 지난 선거에서 여권 불모지였던 호남에서 당선돼 이미 ‘지역구 타파의 상징’이 된 마당에 청문회에 불러내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 있다. TV로 생중계될 청문회에 이 의원을 등장시켜봤자 얻을 게 별로 없다는 의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청문회 증인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빅3’와 함께 이 의원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명분은 세월호 사고 초기 ‘승객전원 구조’라는 언론사 오보 사태를 집중 파헤친다는 것이었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선거기간에는 출마자를 거론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봤는데 지금은 ‘영웅 만들기’가 될까봐 고심하는 듯하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특위 소속 한 의원도 “이 의원을 불러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있겠느냐”며 “(호남 당선에 대한) 복수처럼 비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세월호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이 의원을 청문회 증인으로 요청하는 것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 출석은 실무협상에서 새누리당도 이미 동의한 사안이니 그저 언급하지 않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합의는 무슨, 그런 적 없다”고 했다.

권지혜 최승욱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