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벨마와 록시’를 꿈꾼다… 뮤지컬 ‘시카고’ 투톱 주연 맡은 최정원·아이비

입력 2014-08-14 03:04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이어지는 뮤지컬 ‘시카고’의 두 주인공 최정원(왼쪽 사진)과 아이비. 이들은 두 달간 진행되는 공연에 단일 캐스팅 돼 최강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시카고'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번쩍이는 세트와 화려한 음악. 배우의 춤과 노래, 연기까지…. 뮤지컬은 장르 자체로도 종합 예술이지만 출연자에게도 다양한 재능을 요구한다. 뮤지컬 ‘시카고’는 더 그렇다. 2시간 30분 동안 세트 변화는 없고 등장인물의 의상도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는다. 몸매가 드러나는 검정 원피스에 스타킹, 다소 평범한 분장과 헤어스타일이 전부다. 결국 작품의 수준을 좌우하는 것은 배우 그 자체다.

지난 2일 서울 구로구 경인로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시카고’의 10번째 시즌 막이 올랐다. 배우 최정원(45)과 아이비(본명 박은혜·32)가 두 주연으로 단일 캐스팅 돼 화제를 모았다. 농염한 벨마 켈리와 사랑스러운 록시 하트 역이다.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캐스팅이 일반적인 최근 뮤지컬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2000년 초연 이후 두 캐릭터가 단일 캐스팅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도 처음이다. 지난 12일 공연을 3시간 앞둔 두 사람을 연습실에서 만났다.

“다들 원 캐스팅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시곤 하는데 매일 오를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게 오히려 에너지를 돌게 해요.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돼서 오히려 공연 후에 더 건강해질 것 같은데요.”(최정원)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 벨마 켈리와 불륜남에게 버림받자 그를 죽인 록시 하트. 교도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판을 이끌어가기 위해 배심원과 언론을 상대로 섹시한 매력을 뽐낸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결 구도로 공연 시간 내내 매혹적인 춤과 노래를 선보이다가 함께 만들어가는 마지막 무대에선 최강의 ‘케미(궁합)’를 자랑한다.

두 사람은 ‘시카고’를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표현했다. 최정원은 초연부터 올해까지 매번 ‘시카고’에 출연 도장을 찍었고 아이비는 2012년 이 역할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카고’만의 매력을 꼽아달라고 하자 자신감이 넘쳤다. 작품을 향한 각별한 애정이 드러났다.

“처음엔 내가 가진 끼로만 역할을 표현하려 했지만 이젠 극의 내용과 숨겨진 의미를 더 이해하게 됐어요. 살인, 간통, 교도소 등 무거운 소재를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비틀어 보여주면서 인간의 삶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게 ‘시카고’의 매력이죠.”(아이비)

“‘시카고’는 배우가 말초신경까지 이용해야 하는 작품이에요. 그만큼 성취감과 희열이 있어요. 여배우들이 오디션을 많이 보는 작품이기도 하죠. 오래도록 작품과 함께할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에요.”(최정원)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춘 건 2010년 ‘키스 미 케이트’부터다. 주연 케이트를 최정원이, 케이트의 동생 비앙카를 아이비가 맡으면서 인연이 시작됐고 이후 2012년 ‘시카고’, 2013년 ‘고스트’, 이번 ‘시카고’까지 이어졌다. 아이비는 “초연 때 록시를 연기하신 정원 선배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던져 주신다”며 “무대에 나가서 해보면 관객들 반응이 확실히 다르고 함께 공연하면서 연기의 재미를 깨닫고 있다. 뮤지컬의 여왕답다”고 고마워했다. 최정원은 “내가 연기했던 록시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빛이 난다. 계속 뮤지컬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일 캐스팅으로 연기하면 전체 팀워크도 좋을 수밖에 없어요. 주연 배우 조합이 자주 바뀌면 조연 배우들은 각 배우들의 템포에 따라 호흡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어떤 공연을 보셔도 완성도가 높은 무대를 보여드릴 자신이 있어요.”(최정원)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