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14일 한국 방문이 있기까지는 한국 천주교회 못지않게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공식적으로 4차례나 요청했다. 친서는 2차례 전달했고, 2차례는 방한한 교황청 고위 인사를 통해 교황을 초청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교황 취임 미사에 참석한 정부 대표를 통해 방한을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다. 한국과 교황청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5월 다시 친서를 교황청에 보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한한 페르난도 필로니 교황청장관(추기경) 접견 자리에선 “교황님께서 상당히 바쁘신 일정을 갖고 계신 줄 잘 알고 있지만 꼭 방한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12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로마교황청 외교수립 50주년 기념 경축 미사에서도 교황을 거듭 초청했다.
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종교가 없다. 여러 종교를 가까이하면서도 특정 종교 색채를 많이 띠지는 않는다. 하지만 천주교와는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세례명도 있다. 성심여중 재학 시절인 1965년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율리아나는 13세기 이탈리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평생 약한 자를 돌봤던 성녀(聖女)다.
박 대통령 출신 학교인 성심여중·성심여고·서강대 모두 가톨릭계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성심여고를 찾아가 “학교를 다니면서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훗날 어렵고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그가 취임한 이후 첫 아시아 국가 방문이다. 다른 나라와의 연계 일정 없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단독 방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1989년 이후 25년 만에 이뤄지는 교황 방한인 만큼 청와대는 예우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1989년 당시는 물론 최근 수년간 교황의 해외 방문 시 해당국의 의전을 참고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서 영접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1984년, 1989년 교황 방한 당시에는 대통령 외에 3부요인도 모두 공항에 나갔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교황 방문의 의미를 부여해 왔다.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적으로도 행운과 축복이 찾아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단순히 천주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께서 방한해 이 땅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말했다.
14일 청와대에서 이뤄지는 박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도 주목된다. 내년이 한반도 분단 70주년인 만큼 우선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 노력을 더욱 강조하는 내용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 직후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고 기원한 바 있다. 그러나 교황이 이번 연설에서 북한, 일본 등 특정 국가를 꼭 집어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교황 방한’ 뒤엔 朴대통령 역할 있었다
입력 2014-08-14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