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고립감 해소·외부감시 방안 빠져 실효 의문

입력 2014-08-14 03:51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장성들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가혹행위 등 최근 일련의 병영 관련 사건들을 ‘군의 뿌리 깊은 적폐’로 규정하면서 군 수뇌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이동희 기자
국방부가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개 과제의 병영문화 혁신방안은 병영 내 인권보장과 안전한 병영환경 조성에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병사들의 고립감과 사회적 단절감을 해소할 대책이 미흡하고 인권침해와 불합리한 운용에 대한 외부 감시 기능이 확보되지 않아 군의 ‘적폐’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에 제시됐던 정책들과 같은 내용이 많아 ‘재탕·삼탕 혁신안’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인권보장 확대, 병영안전 강화=국방부는 군인복무기본법을 제정해 인권보장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법에는 권리침해 구제 방안과 함께 종교생활 및 진료 보장, 사적 제재 금지, 병사들 상호 간 명령·지시·간섭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다. 언어폭력을 막기 위해 폭언과 욕설에 대한 처벌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구타·가혹행위 신고 병사에 대해선 휴가를 포함한 포상을 주고 ‘밀고자’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육군본부와 공군본부에 둔 ‘인권모니터단’을 해군본부와 국방부에도 설치하고 병사뿐 아니라 부모까지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 인권교관을 250여명에서 2000여명으로 늘려 대대별로 평균 2명씩 배치키로 했다.

안전한 병영환경 조성을 위해 심리검사 전문 인원을 대폭 늘려 문제가 있는 병사의 입대를 최대한 차단키로 했다. 이를 위해 2016년까지 현재 27명인 병무청 임상심리사를 87명으로 늘리고 정신과 의사도 15명에서 25명으로 증원할 예정이다.

현역복무 부적합자 처리 절차도 간소화된다. 부적합자 처리를 반대하는 부모 의견은 반영치 않기로 했다. 노후화된 의무헬기 UH-60 3대를 2017년까지 수리온 6대로 교체해 응급환자 수송 능력도 보강된다.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이 발생한 의무반과 같은 소규모 병영시설을 통합해 간부들의 감시·감독이 철저히 이뤄지게 했다.

최전방 관측초소(GP)와 일반소초(GOP) 소대장은 장기복무 희망자 위주로 배치하고 GOP 근무 장병들의 피로도 완화를 위해 과학화 경계 시스템 구축을 앞당길 예정이다. 운용도 평소에는 최소 인원만 근무하고 유사시 전원이 투입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경계근무 병력이 30∼40% 줄어들고 야간중심 생활에서 정상적인 일과로 전환돼 병사들의 피로도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GOP 근무교대 주기도 단축하고 2주 전에 신청하면 가족 면회도 가능하게 해 병사들의 고립감도 해소키로 했다.

◇실효성 없이 반복되는 대책들=하지만 군인복무기본법은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을 일부 보완하겠다고 한 것에 불과하다. 인권교육 강화도 이전에 나온 대책이다. 매번 제시됐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군내 인권 상황을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사회와의 단절감 해소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인권 전문가는 “여전히 병사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는 선진적인 병영문화와는 거리가 먼 통제와 규제가 강한 제한적인 방안들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유동근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