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3일 세월호 특별법 합의 처리에 실패하면서 주요 민생 법안들도 줄줄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 법안을 연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강경파는 연계 처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일 새정치연합이 강경파에 휘둘려 민생 법안 연계 처리 카드를 꺼낸다면 민생을 볼모로 잡는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질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계속 내부 충돌=박영선 원내대표는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다른 법안을 연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이런 말이 단 한 번도 오간 적 없다”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런 프레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 법안 처리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이 뒤집어진 터라 야당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월호 특별법의 특검 추천권을 받아내자는 기류가 강하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투트랙도 방법이 되겠지만 지금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매진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 강경파 초선 의원은 “현재로선 연계 처리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정도”라며 “일단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민생에 짐이 돼서는 안 된다”며 법안 처리를 압박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통과를 주문하고 있는 19개 경제활성화 법안 중 상당수는 야당의 반대가 크다.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도 3개(크루즈법·마리나항만법·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에 불과하다. 상당수는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다. 당장 본회의가 열려도 처리 가능한 법안이 별로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책임은 야당한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야당 입장에서는 대여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예산안 등 민생 법안 연계 처리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야당은 지난해 말 새해 예산안 처리를 지렛대로 삼아 국가정보원 개혁법을 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들의 눈에는 이런 행태가 국정 발목잡기로 비친다는 지적이다. 보이지 않는 대가도 크다. 야당이 이슈화가 된 쟁점 법안에만 당력을 집중하면서 정작 민생법안에서는 여당에 대폭 양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세월호 특별법 논의에 이어 민생법안 처리에서도 강경파에 밀린다면 ‘박영선 비대위 체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새누리당도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새누리당은 야당의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요구와 관련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무성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지난 7일 이뤄진 여야 합의는) 아주 잘된 합의”라며 재협상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의총에서는 의원 22명이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대부분 특검후보추천위의 야당 추천 몫을 늘려 달라는 새정치연합 요구 등에 대해 수용 불가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남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은 사적보복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러나 신성범 의원은 “특검 추천권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야당이 민생경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협조하도록 하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일부 다른 의원들도 ‘양보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엄기영 전웅빈 기자 eom@kmib.co.kr
[이슈분석] 세월호법-민생법안 분리냐 연계냐… 與野 기싸움
입력 2014-08-14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