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13일부터 5일간 충남·대전 지역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 첫 번째 목적이다. 여기에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 미사 집전이 더해졌다. 사실상 이 두 가지가 교황 방한의 주요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3일 “이번 방한은 복음의 기쁨으로 살았던 순교자를 기억하고 아시아의 젊은이들을 만나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둘 다 교황이 꼭 참석해야 하는 행사는 아니다. 아시아청년대회의 교황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고, 시복식 또한 교황의 특사가 집전하는 게 관례다. 이 때문에 교황 방한을 교황청이 아시아 선교를 중시하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다. 유럽의 가톨릭이 정체 내지 퇴보 상태인 반면 아시아 가톨릭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교황의 마지막 아시아 방문이 1999년 필리핀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을 소외 지역에 대한 배려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왜 한국인가. 교황은 젊은 시절부터 일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나라가 교황 방한을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지난해 3월 13일 취임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해외 방문지를 살펴보는 것은 방한 이유를 파악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로마 밖 첫 방문지는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최남단의 섬 람페두사였다. “바다에 빠져 죽는 난민들의 소식을 접하고 방문을 결심했다”고 당시 교황은 밝혔다. 이후 브라질을 찾아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고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를 찾았다. 올 5월에는 중동의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세계 정교회 수장인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를 만나 교회일치를 논의했다.
한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 번째 해외 방문국이다. 한국은 성장하는 아시아 가톨릭의 중심 국가이고, 세계사적으로는 유일한 분단국이다. 또 자생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수많은 순교자들을 낳은 땅이며, 민주주의와 남북통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제들의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이 교황의 한국행을 결정하는 데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교황방한준비위 위원장이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교종께서 아시아 대륙에서도 가장 먼 한반도를 제일 먼저 찾아주시는 것은 우리와 함께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시려는 염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난 12일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의 방한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개하지 않은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어떤 메시지를 발표할지 어떤 추가 일정이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주목되는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발언이다. 교황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초청했고, 미사 후 이들을 직접 만나 위로할 예정이다. 또 광화문광장에 차려진 유가족 단식농성장을 철거하지 않은 채 16일 시복식 미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황의 시복식 미사와 함께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농성 장면도 전 세계로 중계될 것으로 보여 정부와 정치권으로서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교황 방한 및 메시지가 세월호 특별법 통과에 중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통일과 한·일 갈등에 대해서 교황이 언급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교황방한준비위는 북한 천주교 관계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명당성당에서 위안부 할머니들, 실향민들, 탈북자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밀양·강정마을 주민들 등을 초청한 가운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위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프란치스코 효과’를 낳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겸손하고 소박하며 개혁적인 태도와 가난, 사회참여, 관용 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우리 사회와 종교계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낮은 데 처해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게 참교회의 모습이라는 것”이라며 “교황 방한을 계기로 각 종교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갱신에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평화’ 위하여… 수많은 순교자 낳은 유일 분단국 택해
입력 2014-08-14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