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홀트학교에 다니는 임희경(18)양은 발달장애 2급 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와 청각장애가 있었다. 청력은 2살 때 받은 인공 귀이식 수술로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지적 능력은 아직 7∼8세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3월 학교 측의 소개로 ‘봄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임양의 일상은 달라졌다. 밀알복지재단의 장애인 예술가 육성 프로그램인 이 프로젝트를 통해 1주일에 한 번씩 미술교육을 받으며 임양에게 그림은 가장 큰 즐거움이 됐다. 임양 스스로도 지난 5달간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면서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맘껏 드러냈다.
임양의 작품들은 13∼17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도서관 다솜갤러리에서 열리는 ‘2014 봄’ 전시회에 출품됐다. 이곳에는 ‘Seeing&Spring’이라는 문구와 함께 임양을 포함해 10명의 장애인들이 출품한 작품 25점이 전시돼 있다. 행사를 주최한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13일 “그림을 통해 그들의 세상을 본다는 뜻의 ‘봄’과 미래의 희망이라는 의미를 담은 ‘봄’ 두 가지 의미를 전시회에 담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 중에는 최근 홍콩 아트쇼에 작품을 낸 신동민(20)씨처럼 이미 작가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임양의 작품 중에는 용들이 구름 너머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담아낸 그림도 있다.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임양은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임양은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그린 작품 안에 자신이 상상한 용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넣었다. 미술교육을 맡은 오윤선 시스플래닛 대표는 “임양이 그림 속에 직접 용과 가공인물을 등장시켜 상상 속의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이 작품에 그대로 표현돼 강한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또 “임양을 포함한 10명 모두 본능에 충실하며 하나에 몰입할 줄 아는 아티스트적 성향을 갖고 있다”며 이들의 예술적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장애인들과 그림의 만남이 이들의 자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그림은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재능이 있는 장애인들을 예술가로 키워내 독립적인 작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장애인이 그림을 만났을 때… 한계를 넘어 희망을 색칠하다
입력 2014-08-14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