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 임모 병장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치사 사건을 계기로 전근대적인 병영 악습을 깨뜨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국방부가 13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병영문화 혁신방안’은 그 완결판이다. 주요 내용은 장병 기본권 제고를 위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구타 및 가혹행위 관련 신고 포상제도 도입, 현역입영 대상자 판정 기준 강화, 현역복무 부적합자 조기 전역 등 19개 단기 및 중장기 과제가 포함돼 있다.
국방부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만든 것으로 보이나 누적된 군내 폐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군인복무기본법의 경우 이미 제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10년째 제자리다. 현역입영 대상자 판정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은 갈수록 병역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낮다.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 설치, 군 사법체계 개편, 병영시설 개선이나 복지 확대 등 주로 민간에서 제기된 제안들이 혁신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많다.
눈길을 끄는 것은 현역복무 부적합자 조기 전역에 관한 내용이다. 최근 일련의 군 사건이 이른바 관심병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현재 4단계인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 절차를 군단 그린캠프와 군단 전역심사위원회 2단계로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문제 병사는 가능한 한 빨리 내보내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증처방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관심병사 문제는 심각하다. 우선 그 수가 엄청나다. 육군이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관심병사는 전체 병사의 23.1%(8만811명)다. 4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정상적인 군 생활에 지장을 받는 만큼 특별히 관리돼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제대로된 군대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살시도 경험이 있거나 사고유발 위험이 높은 관심병사가 8634명에 달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조기 전역하는 병사도 지난해 1307명, 올 상반기 786명에 달하는 등 증가 추세다.
병력의 자질이 이 정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병영문화 혁신방안을 아무리 외쳐봐야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인터넷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모병제가 대안이라며 모병제 서명운동까지 펼쳐지고 있다. 병역자원이 점점 줄어 웬만한 질환이면 현역으로 입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고려하면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당장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모병제 규모에 따라 매년 최소 수조원의 국방예산이 추가로 부담돼야 해 재정 형편상 쉽지 않다. 남북이 마주보고 대치하는 특수한 안보 상황도 고려돼야 한다. 그러나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군내 사건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된 모병제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 시기가 됐다.
[사설] 넷 중 한명이 관심병사란 사실부터 직시해야
입력 2014-08-1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