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反독점법 칼 휘두르는 중국… 긴장하는 외국기업

입력 2014-08-14 02:05
중국이 외국 기업들을 향해 반독점법의 칼날을 무섭게 휘두르고 있다. 그동안 손쉽게 중국에서 돈을 벌던 외국 기업들이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슬 퍼런 반독점법 칼날…분야를 안 가린다=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3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이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쳐 국내외 업체 1000여개를 대상으로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상은 중국 및 외국업체 모두 해당되고 제조사 및 공급사, 딜러 등이 포함된다. 독점 행위 조사는 자동차와 통신업계에 이어 시멘트와 의료업체 등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신문은 전했다.

NDRC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근 몇 달 사이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벤츠,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자동차나 부품의 판매가를 자진 인하했다. 아우디는 지난 11일 자진해서 가격 독점의 위법성을 인정했다고 중국 매체가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BBC 중문망은 중국 정부가 국무원 반독점위원회 자문위원단 일원인 장신주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을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국 기업을 도우면서 규율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011년 출범한 자문위원단은 경제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부의 반독점법 적용 타당성 여부 등을 자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연구원 해임으로 중국 당국의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떨고 있는 외국 기업들…변해야 산다=중국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는 관련 기관이 총동원된 모습이다. NDRC와는 별도로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조사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이 진행했다. 외국기업 관계자들은 “NDRC와 SAIC의 관할 범위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며 “언제 어느 곳에서 조사받을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의 반독점법 적용 강화 움직임은 해외 업체들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왔던 시대가 서서히 마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상무부 출신의 데이비드 뢰빙거 분석가는 블룸버그 통신에 “게임의 룰이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룰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이해할 때까지는 매우 불확실한 기업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 적용 강화에 대해 기업들이 공정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서방 언론과 외국 기업들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외국기업 때리기’라는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도 볼멘소리만 할 게 아니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대형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의 룰을 어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의 기술이나 제품이 필요해 적당히 눈을 감았지만 이제 엄청나게 성장한 자국 시장을 무기삼아 할 말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즈웨 싱가포르국립대 중국정치 전문가는 “과거 중국은 외국 기업에 약간의 특혜를 줘 왔다”며 “이제 외국 기업들은 그들이 과거에 배웠던 것을 잊고 중국에서 돈 버는 방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