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당 의원들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을 임시국회에서 발의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종전기념일 전몰자 추도 행사에서 과거 일본이 주변국을 침략해 피해를 줬던 사실을 언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 총리의 강경 우경화노선에 제동을 걸려는 일본 내 양심적 목소리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13일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야당의원들의 초당적 모임인 '입헌포럼'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평화창조기본법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입헌포럼은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당수 등 야당의 중·참의원 36명으로 구성된 초당파 모임이다.
초안에는 "집단자위권을 포함한 군사적 개입을 확대하려는 계획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최근 일본에서 논란이 됐던 징병제를 부정하는 조항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베 총리가 주창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는 결국 일본의 군사 개입을 목표로 하는 것임을 지적하고 외교적 노력의 필요성을 언급한 내용도 포함됐다.
아사히신문은 '전후 69년 역사를 잊지 않을 후대의 책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에게 전몰자 추도 행사에서 과거 일본의 가해 사실을 솔직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사설은 "가해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평화를 소중히 하는 사람의 의무"라면서 "역대 총리가 전몰자 추도 행사에서 일본의 가해 책임을 함께 언급했던 관례들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의 가해 사실을 일체 언급하지 않은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사설은 "올해야말로 (아베 총리가) 일본 국민을 대표해 다시 말해야 한다"며 아베 총리에 변화를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아베 총리는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묘를 찾아 안보 정책 추진에 관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휴가차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에 귀향한 아베 총리는 12일 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외무차관 등과 함께 외조부 묘를 찾았다. 그는 성묘 후 기자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삶을 지키겠다는 것을 새롭게 맹세했다"고 말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2차 대전 당시 A급 전범으로 1960년 총리 재임 당시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미일안보조약 비준을 강행한 바 있다.
한편 일본 방위성이 미국의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3대를 내년 예산으로 구입키로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글로벌 호크는 1만8000m 상공에서 3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다. 방위성 관계자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나 남서부 해역 인근 중국 전투기와 함선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일본의 재무장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日 야당의원 ‘집단자위권 금지법’ 추진
입력 2014-08-14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