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의 벗' 프란치스코(77) 교황이 4박5일 일정으로 14일 한국을 방문한다. 전 세계 10억 가톨릭 인구의 최고 수장인 교황이 한국 땅을 밟는 것은 역대 세 번째이자 25년 만이다. 앞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은 천주교 사목(司牧) 방문으로, 정부는 국빈 방문에 준하는 예우를 할 방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기간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고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식 등 네 차례 미사를 집전한다. 교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용산참사 피해자, 밀양·강정마을 주민 등을 미사를 통해 만난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도 직접 만날 예정이다. 7대 종단 지도자 면담도 예정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직접 영접한다. 박 대통령은 오전 공항에서 교황을 환영하면서 인사를 나눈 뒤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을 베풀고 면담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아 세계적 종교 지도자로서의 위상에 적합한 예우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교황과의 면담을 통해 세계 유일 분단 지역인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 화해에 대한 메시지를 교환할 예정이다. 또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한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화해를 이뤄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면담을 마친 뒤 영빈관으로 이동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주제로 연설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을 위해 로마를 출발하기 직전인 13일 오후 5시쯤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한글로 인사말을 올렸다. 방한 사실을 알린 교황의 이 글은 2시간여 만에 수천건 인용(리트윗)되고 1000건 넘게 관심글로 지정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남혁상 김남중 기자 hsnam@kmib.co.kr
25년 만에… 교황 방한
입력 2014-08-14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