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라인 1개당 SAP 年 8만t 쏟아내 생산성 세계 최고”

LG화학은 12일 기술기반 사업 분야의 매출을 현재 2조원대에서 2018년까지 4조5000억원대로 육성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술기반 사업 핵심에는 고흡수성수지(Super Absorbant Polymer·SAP)가 포함돼 있다. SAP는 프로필렌을 기초로 만들어진 아크릴산을 원료로 하는 아크릴 계열의 합성수지다. 아크릴산과 SAP는 고도의 생산기술이 필요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 LG화학은 2008년 SAP 사업에 진출한 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9%를 차지하는 세계 4위 SAP 메이커다.

SAP의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난 물 흡수력이다. 1g의 SAP는 최대 500g의 물을 흡수할 수 있다. 외부에서 압력을 가해도 흡수된 물이 빠져나가지 않는 보수력도 뛰어나 기저귀, 여성용품 등에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지난 5일 전남 여수 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LG화학의 SAP 생산공장을 찾았다. SAP 생산공장에서는 우선 납사에서 뽑아낸 프로필렌으로 아크릴산을 만들고, 다시 화학공정을 통해 시루떡 모양의 끈적끈적한 반죽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를 건조시켜 잘게 분해한 후 표면에 특수코팅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생산된 SAP는 지름 0.5㎜ 정도의 작은 알갱이로 바뀐다.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는 연간 약 8만t의 SAP가 생산된다. LG화학 최흥식 SAP생산팀 부장은 “대부분 SAP 공장의 연간 라인 생산성은 4만∼6만t에 불과하지만, LG화학은 자체기술을 통해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생산된 SAP는 900㎏ 무게의 포대에 담겨 곧바로 인근 창고에 저장된다. 창고 밖에서는 여러 대의 수출용 컨테이너 차량에 SAP 포대가 실리고 있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SAP의 90% 이상이 수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세계 1, 2위 규모의 메이저 기저귀 업체에 모두 SAP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 라인 옆에서는 SAP 4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LG화학은 향후 SAP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여수공장에 총 3200억원을 투자해 SAP 8만t과 아크릴산 16만t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증설이 완료되면 총 36만t의 SAP와 51만t의 아크릴산 등 대규모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기저귀 1개당 평균 10g의 SAP가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36만t의 SAP는 약 360억개의 기저귀를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세계 SAP 시장은 연간 6%대의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경우 기저귀 사용 비중이 20∼30%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소득수준 향상으로 기저귀 사용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2012년 신생아 출생률이 전년대비 약 5% 증가하는 등 베이비붐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고, 최근 산아제한 정책도 완화돼 1가구 2자녀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중국의 기저귀 시장은 폭발적 성장이 예측된다.

여수공장에 위치한 SAP 품질보증 실험실에서는 생산된 SAP에 대해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SAP는 기저귀가 소변 등을 흡수하는 부분 바로 밑에 얇게 깔린다. 이 때문에 실험실 한쪽에서는 SAP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SAP 위에 각각 다른 무게추를 얹어 놓고 압력을 가한 상태에서 물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도 하고 있었다. 아기가 앉은 상태에서 소변을 봤을 때 흡수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저귀도 나라마다 트렌드가 다르다고 했다. 고온다습한 남미지역에서는 SAP가 습기에 쉽게 굳지 않고 뽀송뽀송한 능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을 중시하지만, 중국에선 수분 흡수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선진국은 기저귀의 모양새를 우선 고려하고, 최대한 얇게 만들어 옷맵시가 좋아 보이도록 하는 기저귀를 선호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저귀도 각 나라와 지역별로 트렌드가 달라 다양한 실험을 통해 현지의 요구에 맞춘 SAP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현재 5000억원 수준의 SAP 매출을 2018년까지 1조원대로 두 배 이상 키우고, 제품 품질 차별화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수=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