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아파트 분양시장에 올해 최대 물량이 쏟아진다. 그동안 신규 분양을 미루고 시기를 저울질하던 건설사들이 사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9월이 가을 성수기인 데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공급이 추석 연휴 이후로 몰려 있어 비인기 지역에선 밀어내기 분양에 따른 미분양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약 5만 가구 신규분양
부동산114는 다음 달 전국에서 4만9275가구가 신규 분양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월별 분양 물량으로는 올해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달의 1만9442가구와 비교하면 2.5배가 넘는다. 가을철 성수기로 들어서는 9월이라고 해도 최근 6년간 이보다 많은 분양 물량이 나온 적이 없다.
2009년 3만880가구였던 9월 분양물량은 1년 만에 확 줄어 2010년 1만1896가구, 2011년 1만7864가구 등 2년간 1만여 가구를 유지했다. 2012년 2만7676가구로 크게 늘었지만 지난해 다시 2만 가구 아래(1만9442가구)로 떨어졌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다음 달 신규 분양이 쏟아지는 건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 방침 철회 등 호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브라질월드컵, 여름철 비수기 등이 이어지면서 적극적으로 신규 분양에 나서지 못했다.
수도권은 재건축·신도시·공공택지에 집중
다음 달 분양 예정 물량은 수도권이 35.5%(1만7487가구), 지방이 64.5%(3만1788가구)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수도권은 19.7%(2873가구), 지방은 558.4%(2만6960가구) 늘었다. 지방 분양물량이 급증한 건 상반기 대구 등에서 높은 청약 열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658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1년 전의 8358가구보다 21.2% 줄었지만 2011∼2012년 분양물량이 총 296가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서울 분양시장이 일정 수준의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공급 물량은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다. 재개발 단지는 왕십리뉴타운3구역 ‘텐즈힐 3차’ 2097가구, 신길7구역 ‘래미안 영등포 에스티움’ 1722가구, 미아4구역 ‘롯데캐슬’ 615가구가 대표적이다. 반포동 한신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 리버파크 2차’는 310가구가 분양된다.
경기에선 지난해 9월의 4518가구보다 141.3% 늘어난 1만903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이다. 안양7동 재개발 아파트 ‘안양 메가트리아’ 3190가구를 비롯해 하남 망월동 ‘미사강변센트럴자이’ 1222가구, 화성 ‘동탄2 반도유보라 4차’ 740가구, 위례 신도시 내 ‘위례자이’ 517가구 등 공공택지와 신도시에서 분양물량이 나온다. 포스코 제1직장주택조합 아파트인 구리 인창동 ‘구리 더샵 그린포레’는 407가구를 분양한다.
지방 분양물량 23%가 세종 아파트
지방에서 가장 많은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곳은 세종시다. 전체 지방 물량의 23.5%인 746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2-2생활권 P1∼3블록에 공급되는 단지는 세종에서 드문 대형 건설사 물량이다. 그동안 세종에선 중견 업체 위주로 공급이 이뤄져왔다. 이번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는 설계 공모를 통해 공급되는 만큼 디자인에 공을 들인 단지들이다.
P3블록에서는 대우건설 계룡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이 공동으로 3171가구를 공급한다. P2블록에서는 현대건설·포스코건설이 1700가구를, P1블록에선 롯데건설·신동아건설이 1944가구를 함께 분양한다. 중견 업체 EG건설도 ‘세종 3차 이지 더원’ 649가구를 내놓는다.
세종에 이은 지방 분양물량 2∼5위는 부산(6031가구) 경남(3715가구) 대구(3225가구) 경북(2921가구) 등 영남권이 차지하고 있다. 부산은 3149가구를 내놓는 대연동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가 지역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연7구역을 재개발하는 ‘SK뷰’(1132가구)와 ‘서대신7구역 푸르지오’(959가구)도 공급 규모가 크다. 경남 양산 물금읍에서는 대방건설이 2134가구 규모의 단지를 준비 중이다. 대구에서는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반도유보라’ 813가구 등이 공급된다.
공급과잉 우려 없나
아파트 청약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고 해도 물량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되면 이를 단기간에 소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처럼 물량이 쏟아지는 시기엔 지역 선호도에 따라 미분양 사태를 맞는 단지가 나올 수 있다. 분양성적 양극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는 대표적인 지역은 세종이다. 다음 달 지방 분양 물량의 상당수가 세종에 몰려있지만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최근 6개월간 계속 하락했다.강창욱 기자
kcw@kmib.co.kr
9월 분양 큰장 선다… 9월 물량으론 6년 새 최대
입력 2014-08-15 03:02 수정 2014-08-15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