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법 줄어 성공적” vs “현대판 노예제”

입력 2014-08-14 02:25

2004년 8월 시행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17일로 10주년을 맞는다. 10년 동안 고용허가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일한 외국인 근로자는 66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와 경영계는 성공한 제도라고 자평하지만 이주·인권단체들은 ‘현대판 노예제도’라며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고용허가제 시행 10주년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고용부는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이 산업연수생제도를 시행할 때보다 대폭 신장됐고, 송출과정의 부정·비리를 강력하게 차단해 비용을 대폭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불법체류 확산, 각종 송출비리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산업연수생제도를 고용허가제로 대체한 이후 고질적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판단이다. 산업연수생제도 시절 80%에 육박했던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체류율은 지난 2월 기준으로 16.3%까지 떨어졌다.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국내에 취업을 희망하는 15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에게 취업비자(E-9)를 발급해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 주는 제도로, 체류기간은 최대 3년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의 영세 사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연구위원이 외국인 근로자 10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은 입국 전보다 좋아졌다는 응답이 63.4%를 차지했고 나빠졌다는 응답은 13.9%에 그쳤다.

그러나 이주·인권단체들은 고용허가제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고 차별과 강제노동, 노동착취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사용주들이 일부러 임금을 체불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는 사례가 잇따른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이런 이유를 들어 2012년 8월 고용허가제를 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국내 4대 종단 이주·인권위원회 대표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 아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탈법적 파견근로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고영선 고용부 차관은 “최근 전문가들과 함께 외국인력 발전방안 작업반을 발족시켰다”며 “고용허가제를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고 외국인력 정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