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너희에게 사랑이 있느냐’는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계십니다. 구유에서 나신 예수님은 낮은 자들과 함께 하심으로 사랑을 보여주셨어요. 지금은 우리가 그의 사랑을 보여줄 때입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이윤상(45·전주경동교회) 목사의 주장은 명징했다. 그는 하나님을 믿는 자라면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을 실천하기를 주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북 전주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던 그를 서울 한복판으로 이끈 것도 이 말씀이었다.
지난달 23일 서울에 올라온 이 목사는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20일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9일은 유가족들과 함께 곡기를 끊었다. 이후에는 농성 현장의 잡일을 도맡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유가족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에 상주하며 위로하는 유일한 목회자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서 지난달 23일 진행한 일일 동조단식에 참여하려고 올라왔어요. 이튿날 밤 전주로 내려가려는데 유가족들이 광장에 진입하려는 걸 경찰이 막는 걸 봤죠.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그래서 전주에 가자마자 부목사에게 목회를 부탁하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고통 받는 유가족들과 함께 있어 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 목사는 이후 단식농성에 참여하며 유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다. 유가족들 중에는 몇몇 목회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난 이들도 있었다. 이 목사는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 8:26)는 말씀을 붙잡고 유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들은 천막에서 잠을 자고, 광화문역 화장실에서 씻던 이 목사에게 마음을 열었다. 오히려 이 목사가 단식을 중단하고 매일 찾는 봉사자들과 유가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길 원했다. 그가 지난달 28일 단식을 중단하고 유가족들의 손발이 된 건 이 때문이었다.
“기장 총회에서 진행한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다시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에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여야가 졸속 합의를 하더군요. 충격에 휩싸인 유가족들을 대신해 일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단식을 중단하고 일을 하기 시작했죠.”
이 목사는 유가족들의 뜻대로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할 생각이다. “여기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웃이 남이 아니라 또 다른 ‘나’라는 점이에요. 선악과를 먹기 전에 아담은 하와에게 너는 내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라고 하거든요. 이것이 하나님의 창조 섭리죠. 우리의 살 중의 살과 뼈 중의 뼈를 위해 함께 아파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거룩함이 없는 것 아닐까요.”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우는 자들과 함께 울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입력 2014-08-14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