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특별법, 당과 국민 어느 쪽이 우선인가

입력 2014-08-14 02:20
세월호특별법을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여야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그래도 지켜보는 국민의 눈이 얼만데 아무 일 없던 양 시치미 뚝 떼고 지나갈 줄은 몰랐다. 국민을 상대로 한바탕 거짓말 쇼를 벌이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여야의 뻔뻔함에 진저리가 난다.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 후 머리를 숙이며 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는 얘기는 다 사탕발림이었다.

이번 국회는 지난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해 여야 합의로 재소집한 국회다. 하지만 회기를 시작한 7월 21일 이후 한 일이라곤 여야의 싸움박질이 전부다. 특별법 통과를 약속한 날에도 여야는 협상은 내팽개친 채 ‘네 탓’ 공방에만 열중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매달 국회를 열었으나 생산물이 아무것도 없는 불임국회 상태가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특별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시급한 다른 민생법안까지 발목이 잡혔다는 점이다. 당초 여야는 특별법과 함께 93개 민생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민생법안 처리도 덩달아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이 민생법안 처리를 사실상 특별법 처리와 연계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법안 연계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힘없는 야당이 거대 여당을 상대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의 하나로 선택한 투쟁 방식이다. 그때는 민주화라는 대의가 있었지만 지금의 연계 투쟁에선 그 어떤 명분도 찾을 수 없다. 민생을 볼모로 한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별법 처리가 무산된 일차적 책임은 약속을 파기한 새정치연합에 있다. 그런 새정치연합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새누리당에 국회 파행의 책임을 떠넘기는 건 적반하장이다. 새정치연합이 먼저 물꼬를 터야 하는 이유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생을 살피겠다고 했다. 민생이 그렇게 걱정되면 특별법과 아무 상관없는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하는 게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다. 세월호 유족들도 민생법안을 특별법 제정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호 정국에 올인해 국민의 외면을 받은 7·30재보선의 교훈을 상기하기 바란다.

자신들이 추대한 비상대책위원장의 결정을 스스로 뒤엎는 새정치연합은 지금 리더십 부재 상태다. 책임은 떠넘기고 그에 걸맞은 권한은 주질 않으니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직함이 무색하다. 이럴수록 여당의 정치력이 요구된다. 미우나 고우나 같이 가야 할 파트너다. 국회 파행과 정치 실종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에 더 큰 부담이다. 특별법이 아니라 국회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길이 보인다.